과연 한국은, 그리고 우리의 밥줄이 달려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산업시설은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국내 원전의 안전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장담은 정말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 올들어 동해시에서만 52번째 지진 발생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5월 15일 오전 6시 27분, 강원도 동해시 북북동쪽 52km 해역(진앙 북위 37.87도, 동경 129.52도) 31㎞ 깊이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삼척의 경우 “쾅” 소리와 함께 아파트가 3~4초간 흔들렸고, 실내의 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컸다. 동해시의 경우 아파트가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충북 단양에서도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두 시간여 후인 오전 8시 6분, 비슷한 지역에서 규모 1.8의 지진이 또다시 일어났다.

문제는 이날 지진이 지난 4월부터 계속되어 왔던 동해 해역에서의 연속된 지진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들어 동해시 일원에서만 52번째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중 43건은 해상에서, 9건은 내륙에서 발생했다. 지난 4월 23일 이후 동해시 일원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무려 13차례나 발생했다.

기상청은 연이은 동해 지진을 좁은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반복되는 ‘군발(群發)지진’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6~7월 경북 포항에서 20회, 2020년 4~6월 전남 해남에서는 76회, 2013년 6~9월 충남 보령에서는 60회 등 비슷한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연속 발생했다. 이번 동해 지진이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발생했던 국내의 군발지진과는 차원이 다르게 규모 4.5를 찍었기 때문이다. 동해시 일대 주민들은 이것이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대지진의 징조가 아닌가 하고 잔뜩 겁을 먹고 있다.

#. 우리 원전은 높이 13m 쓰나미도 막아낼 수 있도록 설계

전문가들은 지진은 지층이 어긋나며 뒤틀리는 지각 변동 현상으로 정의한다. 때문에 지진을 예측하거나 분석하려면 단층 정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처럼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역대 정부는 지진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학계에서도 지진을 연구하는 핵심 정보인 단층 연구가 현저히 부족하여 대체 어떤 단층이 어디서 어떤 연유로 지진이 발생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헤매는 상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는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5.8, 2017년 포항에선 역대 둘째인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모두가 동해 쪽이다. 하필이면 한국 주요 에너지원의 보고인 원자력 발전소 25기 중 18기가 동해 지역인 울진·월성·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이 부서는 “국내 원전의 안전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원전은 규모 5.5~6.0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수동 정지하고, 이보다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감지와 동시에 원전이 자동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강진이 발생하여 자동 정지 사례는 없었고, 수동 정지 사례는 2016년 경주 지진 때 한 차례 있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우리나라 원전은 최대 13m 높이의 지진 해일(쓰나미)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동해 지진의 진앙지와 최근 지진 발생 기록.
기상청이 발표한 동해 지진의 진앙지와 최근 지진 발생 기록.

#. 후쿠시마 원전의 비극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정밀 복기해 보면 전문가들의 이런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커진다. 후쿠시마 원전은 설계 당시 쓰나미 높이를 5m로 예상하여 건설되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9.0의 지진이 발생했고, 50분 후 15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려 40.1m의 쓰나미가 관측되기도 했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가 닥치자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정지되었고, 이어 발전소 내의 모든 전기시설이 손상되면서 원전 전원 상실(Station Black Out, SBO) 상태가 되었다. 전기가 먹통이 되자 원자로 냉각을 위한 냉각수 펌프가 멈춰 섰다. 그 결과 원자로 내부 온도 및 압력이 상승하여 원자로 압력용기(Reactor Pressure Vessel)가 녹아 구멍이 뚫렸고, 격납용기가 부서지면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준비했던 대비책은 여지없이 붕괴하면서 속수무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한국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 원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대비 수준을 초월하는 쓰나미가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은 5m 쓰나미를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되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11일, 15m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5m 쓰나미를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되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11일, 15m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이런 질문을 하면 “극단적인 과민 반응”이라거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그 정도 대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겠는가”, “언론이 너무 공포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 하는 반격이 제기된다.

#. 조선시대 지진 기록을 살펴 보니...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의 지진이 발생했는지,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사례를 추적해 보도록 하겠다.

필자가 조선왕조실록의 검색을 통해 찾아낸 지진 관련 기록은 1,951건이다. 서울에서 지진이 발생한 모습은 중종 13년(1518) 5월 15일 실록에서 발견된다. 이날 유시(酉時, 오후 5시~7시), 국왕이 거처하는 한양 일대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여 임금이 앉아 있던 용상이 마치 사람의 손으로 밀고 당기는 것처럼 흔들렸다고 한다. 『중종실록』은 이날 지진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렛소리처럼 커서 말이 모두 놀라 피하고 담장과 성가퀴(성 위에 낮게 쌓은 담)가 무너지고 떨어졌으며, 도성 안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하여 제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밤새도록 노숙하였다. 노인들이 말하기를 지금껏 없던 일이라 하였는데, 팔도(八道)가 다 마찬가지였다.”

8도가 다 마찬가지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날 지진은 수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지진이 발생하면 과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도덕이나 따지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런 모습은 정조 8년(1784) 2월 7일 실록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새벽에 지진이 있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기근이 거듭 들어 백성의 고통이 눈에 넘치므로 내가 밤낮으로 걱정스러워 어떻게 구제할지 걱정이 컸다. 마침 또 재앙이 거듭 나타나 지난달에 혜성의 변이 있었고, 오늘 새벽에는 땅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 지금이 어떤 때인가. 군신 상하가 떨쳐 일어나 덕을 닦고 허물을 살피는 도리를 다해야 할 것이니, 대신들은 내일 와서 모이라. 온갖 병폐의 근원이 다 언로(言路)가 열리지 않은 데에 있는데, 이따금 직언을 구하는 기회를 맞아도 강직한 논의를 듣지 못하고 남의 흠을 드러내는 버릇을 열어줄 뿐이다. 내가 들으려는 것은 내 허물과 시정의 흠이니, 삼사(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 신하들은 반드시 이 뜻을 알아 내일은 바로잡는 말을 아뢰어 내가 도움을 구하는 뜻을 헤아리기 바란다.”

#. 지진 빈도는 잦았지만 대부분 약한 지진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지진은 그저 임금과 신하가 덕을 닦고 허물을 살피면 진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재난이었을까?

세종 14년(1432) 5월 5일 실록은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 등 아래 지방에 더욱 많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날 세종 임금의 발언 내용을 실록을 통해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에 더욱 많다. 지난 기유년(1429)에 지진이 경상도로부터 시작해 충청, 강원, 경기의 세 도에 파급됐다. 그날 나(세종)는 마침 책을 보느라고 지진을 알지 못했다. 서운관의 보고를 듣고야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비록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일이 없으나 지진이 하삼도(경상·전라·충청)에 매우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나 않을까 의심된다.”

이날 세종의 발언 내용을 보면 지진이 해마다 발생했지만, 다행히 집이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였던 것으로 미루어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 조선 후기엔 강진(强震) 기록도 다수 발견

조선왕조실록의 지진 관련 기록 중 우려되고 걱정되는 부분은 조선 초기보다 후기로 갈수록 지진의 빈도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또 국가 동력의 생산지인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경북 울진, 전남 영광, 북한 핵 시설이 밀집한 평안도 영변 지역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기록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울진, 영광은 조선시대 지진 다발지역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삼척, 울진 일대에선 강진이 발생된 기록이 발견된다.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는 울진, 영광은 조선시대 지진 다발지역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삼척, 울진 일대에선 강진이 발생된 기록이 발견된다.

가장 드라마틱한 모습은 숙종 7년(1681) 5월 11일의 강원도 지진 사례다. 이때의 지진은 세종 시절 “집이 무너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던 모습과는 충격적일 정도로 상황이 달랐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기와가 날아가 떨어졌으며, 거암이 붕괴하고 산악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강진이었기 때문이다. 실록의 기록을 소개한다.

“강원도에서 지진이 일어났는데 소리가 우레 같았고 담벼락이 무너졌으며 기와가 날아가 떨어졌다. 양양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소리가 물 끓는 것 같았고 설악산의 신흥사와 계조굴의 거암이 모두 붕괴했다. 삼척부 서쪽 두타산 충암은 예로부터 돌이 움직인다고 했는데, 모두 붕괴했다. 그리고 삼척부 동쪽 능파대 수중의 10여 장 되는 돌이 가운데가 부러지고 바닷물이 조수가 밀려가는 모양과 같았는데, 평일에 물이 찼던 곳이 100여 보 혹은 50~60보 노출됐다. 평창·정선에도 산악이 크게 흔들려 암석이 추락하는 변괴가 있었다. 이후 강릉·양양·삼척·울진·평해·정선 등의 고을에서 거의 10여 차례나 땅이 흔들렸는데, 이때 8도에서 모두 지진이 일어났다.”

#. 원전 건설된 울진·영광은 조선시대에 지진 다발 지역

조선시대 울진 지방에서는 모두 여덟 차례 지진이 발생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강원도 강릉, 삼척, 울진, 평해, 양양 등의 지역에 여러 날 계속해 지진이 일어났다(숙종 7년 11월 11일).

=강원도 평해, 울진 등의 고을에 지진이 있었다(숙종 2년 11월 20일).

=경북 울진, 평해 등지에 지진이 있었고, 평창의 냇가에서 땅이 함몰했다(숙종 8년 2월 11일).

=울진현에 여러 날 지진이 일어났다(숙종 35년 6월 5일).

=강원도 평해, 울진에 지진이 일었다(세종 26년 5월 11일).

울진뿐만 아니라 전라도 영광에서도 10여 차례, 평안도 영변에서도 10여 차례 지진이 발생했던 사례로 보아 이 지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단종 2년(1454) 3월 28일에는 평안도 평양·영변·박천·정주·안주·태천에 지진이 발생해 향과 축문을 내려 해괴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단종 2년(1454) 12월 28일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영광에 지진이 일어나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실록의 기록을 소개한다.

“경상도 초계·선산·홍해와 전라도 전주·익산·용안·흥덕·무장·고창·영광·함평·무안·나주·영암·해남·진도·강진·장흥·보성·흥양·낙안·순천·광양·구례·운봉·남원·임실·곡성·장수·순창·금구·함열 및 제주의 대정·정의에 지진이 일어나 담과 가옥이 무너지고 허물어졌다. 사람이 많이 깔려 죽었으므로 향과 축문을 내려 해괴제(解怪祭, 천재지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를 지냈다.”

세조 1년(1455) 10월 4일에도 전라도 영광군에 지진이 일어나 향과 축문을 내려 해괴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태종 13년 1월 16일 경상도 거창현에서는 인시(새벽 3~5시)부터 진시(오전 7~9시)까지 모두 20여 차례나 지진이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이른바 군발지진이 조선시대에도 발견된 것이다.

이런 기록을 접하다 보면 하필이면 조선시대 지진 다발 지역인 울진·영광·영변에 원자력 발전소와 핵 관련 시설을 지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우기 힘들다. 동해 지진 보도를 보면서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라는 말은 이제 잊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벌써 두 차례 발생한 기록으로 볼 때 조만간 이보다 위력이 훨씬 강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가 닥쳐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한국은, 그리고 우리의 밥줄이 달려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산업시설은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국내 원전의 안전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장담은 정말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