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며 그의 스승이 극찬했던 과거 연재 기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대량·거액의 코인(가상화폐) 보유 논란의 주인공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과거 그를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극찬했던 연재 기사가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김남국 의원이 공직자로서 재산 불리기에 골몰했나"라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연재 기사는 김 의원의 고등학교 은사인 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사가 지난 2020년 2월 말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에 쓴 '내 제자 김남국 변호사는 이런 사람입니다'다.

21대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시기 실린 서 교사의 기사는 매우 길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면 '김남국은 매우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서 교사는 김 의원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판단을 내렸다. 답사 활동에 열정을 보였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후배들을 잘 챙기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취방 문 비밀번호까지 알려줄 정도로 인간적인 사람이고 타인의 롤모델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서 교사는 그런 김 의원의 진정한 목표는 '조국 수호' 따위가 아니라 전임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였던 검찰 개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기사가 쓰인 시점으로 봤을 때 유권자에게 김 의원의 국회의원 당선 당위성을 설명하고 강조하는 일종의 '추천사'인 셈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터지자 이 기사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모양새다. 기사에서는 김 의원이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욕심없는 사람인 것처럼 묘사됐지만, 정작 국회의원이 된 인간 김남국은 가상자산은 재산 고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거액의 코인을 굴렸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과 증거가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로 향하는 여러 비판들을 요약하면 "영혼이 그리 맑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 가상자산 불리기에 골몰하냐"다.

김 의원이 논란이 터진 지 나흘 만인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말했듯 민생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직자로서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그가 변호사처럼 법적 문제가 없다며 변명만 내놓을 뿐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없는 태도가 더 큰 문제란 지적이 나온 것과 궤를 같이 한다.

100만원도 없어 절박하던 그가, 지난 2022년 말에도 '청년 정치인'으로서 같은 당 중진 정청래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1000만원만 달라던 그가 뒤에서는 수십억 대의 코인을 굴리고 있었던 것에 대한 분노로 풀이된다.

김남국 의원은 이 기사가 쓰여지던 시기 자신의 홍보 영상에서 100만원이라도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사진=유튜브]

 

서 교사의 기사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이유로 김 의원을 '맑은 영혼'이라 판단했단 지적도 나온다. 일견 이타적인 행동은 결과로만 보면 숭고하고 칭찬받을 만한 것이지만, 그 의도를 알 수 없기에 함부로 판단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서 교사는 친밀한 사제관계를 바탕으로 김 의원의 본성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을 수 있단 것이다.

그렇기에 서 교사가 이 기사에서 김 의원을 지나치게 미화했단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는 기사에서 김 의원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인물, 그렇기에 정치인보다는 교사에 더 적절한 인물이라 평가했는데 이 기사의 작성 목적을 되짚어보면 이 기사야말로 매우 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기사가 좌파에서 자주 보이는 개인 찬양·숭배적인 성격도 드러낸단 분석도 제기된다. 노무현·문재인·박원순 등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생사 여부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띄워지고 우러러봐야 하는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은데, 서 교사의 기사는 당시 아직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던 김 의원을 이러한 방식으로 미화하기 시작했단 것이다.

이에 이 기사에 대해 2020년 한국판 '레이펑의 좋은 점을 배우자(学习雷锋好榜样)'란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범병사였던 레이펑(雷锋)을 찬양하는 노래로, 레이펑을 통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과 절대 복종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오이즘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이 기사 역시 이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것이 독자들의 평가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오이즘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선전물 '레이펑의 좋은 점을 배우자'. [사진=유튜브]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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