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인종적으로 다양한 47명 게놈 분석
1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
20년전 최초의 유전자 지도는 
백인 한 사람 중심
인간별 유전자의 1% 차이 
확인하는 길 열려 
맞춤형 의료에 활용될 수도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47명의 게놈을 분석, 기존 지도보다 더 정확하고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 정보를 담은 것으로 사람들의 개별 게놈 서열을 비교하는 '표준' 역할을 할 수 있다. 범유전체 참조 지도는 지하철 노선도처럼 염기서열이 다양한 색상의 여러 가지 경로로 표시된다.[Darryl Leja,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인 ‘게놈’은 사람 몸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설계도다. 

인간의 세포는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되어 있다. 46개의 염색체는 인과 당, 염기(A, T, G, C)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의 배열 순서에 따라 인체가 구성된다.

21세기 들어 생명과학자들은 어떤 원인에 의해 염기들의 배열에 변화가 생겨 유전자의 변이가 발생하고 이같은 변이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유전자들의 서열을 분석한 것이 유전자 지도, 즉 게놈 지도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의 유전 정보를 담은 범유전체(판게놈,human pangenome reference) 지도가 11일 공개됐다.

미국 국립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간범유전체 지도의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도는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인종이 서로 다른 47명의 사람들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만들어졌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총 4편의 논문에 실려 이날 ‘네이처’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나눠 소개됐다.

이번 초안은 20년 전 제작됐던 게놈 분석 수준을 인종적으로 더 다양화 해서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게놈 염기서열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HGP)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2001년과 2003년 공동으로 초안과 완성본을 공개한 ‘단일 게놈 참조 지도’가 표준이었다.

기존 유전체 지도는 약 20명에서 수집한 유전 정보를 조합해 만들어졌고, 심지어 데이터의 70% 이상이 백인 한 사람의 것인 만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인간은 유전적 구성이 99% 이상 동일하다. 1% 미만 차이가 서로 다른 모습과 체질을 가른다.

이 때문에 유럽계 백인 유전 정보 분석만으로는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범유전체 지도는 350개 이상의 인종에서 1000명 이상의 유전 정보를 모두 분석해 완성될 예정이다. 범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인종에 따른 유전자의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맞춤형 의료에서 활용 가치가 클 것이으로 의료계에서는 보고 있다. 

대표적인 대사질환인 당뇨병은 동양인과 서양인에서 발병률·원인·증상이 크게 다른데, 범유전체 지도를 통해 그 원인을 밝힐 가능성이 커졌다. 

게놈지도를 확보했다는 것은 자동차 정비공이 차의 설계도를 손에 쥐고 고장난 부위를 찾아내 수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신속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차를 수리할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아리아 마사랏·멜리사 짐렉 교수는 논평에서 “앞으로 이 지도는 신체적·임상적 변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웅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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