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코인 보유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를 통해 사과했다. 짧은 사과문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는 말 속에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감정이 실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여론 악화되자 일단 고개 숙인 김남국, 핵심 의혹엔 여전히 답변 안해

김 의원은 지난 9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라며, 검찰이 청구한 ‘계좌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을 들어 ‘정치 수사’라고 주장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시점이 지난해 초인데 아직도 수사하고 있다가 갑자기 특정 언론사를 통해 흘렸다고 강조했다.

이랬던 김 의원이 당내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자, 마지못해 SNS를 통해 사과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의원에 대해 ‘보유 가상자산의 매각 권유’와 함께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하자, 김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다"며 "당이 구성한 조사단과 검증 방법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위믹스 코인을 보유한 시점과 구매 가격, 현금화한 시점 등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하면 간단한데, 문제를 어렵게 풀고 있다는 비판이다.

위믹스 코인 최초 보유 규모는 200만개?...위선적 태도로 일관해 ‘제2의 조국’ 등극?

현재까지도 김 의원은 자신이 위믹스 코인을 보유한 경위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FIU가 지난해 ‘이상 거래’로 감지해 검찰에 통보한 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당초 알려진 80만 개보다 훨씬 많은 200만 개에 달하는 위믹스 코인을 가졌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한때 100억원 넘게 거래했다는 점에서, 김 의원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실정이다.

따라서 김 의원이 검찰이나 FIU를 탓하는 태도 자체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산의 투명한 운용을 공개하고 공직자로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부당한 돈을 받지 않겠다는 공직자 재산공개 취지를 감안할 때, 김 의원의 위선적인 태도는 ‘제2의 조국’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가상화폐 전문가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은 당초 알려진 80만 개보다  훨씬 많은 코인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KBS 캡처]
가상화폐 전문가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은 당초 알려진 80만 개보다 훨씬 많은 코인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KBS 캡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거래 분석의 최종 목표는 자금세탁 등 ‘전제범죄’ 확인

김 의원을 둘러싼 '위믹스 코인' 논란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FIU에 ‘이상 거래’를 신고했고, FIU가 그 거래에 대해 검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FIU는 자금세탁을 적발하기 위해 금융회사들로부터 받은 의심거래 정보를 분석해 검찰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는 기관이다.

FIU가 발표한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매년 수십만 건에 달하는 의심거래 정보를 FIU에 보고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금융회사가 보고한 의심 건수만도 403만 6,366건에 이른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등은 금융기관에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부여하고, 의심거래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2021년 3월부터 적용됐다. 이번 김 의원의 위믹스 코인 거래에 대해 업비트는 이상 거래로 FIU에 보고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김 의원의 고액 입출금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금융사 외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적용되는 특금법에는 고액현금거래와 분할거래를 보고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보고시 사후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금융사로부터 의심거래 정보를 보고 받은 FIU는 ①전산 ②기초 ③상세로 이어진 3단계를 거쳐 의심거래 정보를 추출한다. 첫 번째로는 모든 정보를 자동 시스템에 넣고 돌려 통계적 혐의점이 있는 정보를 추출한다. 둘째로는 추출된 정보에 대해 심사분석관이 직접 자금세탁 의심 여부를 검토한다. 마지막 상세 단계에서는 금융거래자료·외부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제범죄' 관련성이 높은 의심거래 정보를 발라내는 것이다.

‘전제범죄’는 자금이 세탁되기 전 그 자금의 출처가 불법행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세·(도박 등) 사행행위·시세조종·사기나 횡령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계적으로 약 100건의 정보가 보고되면 상세분석까지 거치는 경우는 3건 정도에 그친다. 

상세분석까지 끝낸 의심거래 정보들은 검찰·경찰·관세청·국세청·국정원 등 10곳의 법집행기관에 제공된다. FIU 내에선 이렇게 제공된 정보를 '10문서'라 부른다. 전제범죄의 성격에 따라 10문서는 해당 기관에 제공된다. 조세탈루는 국세청, 정치자금법 위반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제공하는 형식이다.

형사사건의 경우엔 중대성·시급성을 고려해 통상 높으면 검찰, 낮으면 경찰청에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최근 5년 통계상 김 의원처럼 FIU에 보고된 의심거래 정보가 검찰에 제공된 확률은 단 0.18%(7,337건)에 그친다. 따라서 김 의원의 주장대로 ‘정치 수사’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FIU, 김남국 거래 중 어떤 부분을 ‘전제범죄’로 의심했는지 발표 안해...검찰은 계좌 영장 기각 당해

현재 FIU는 김 의원 거래의 어떤 부분을 '전제범죄'로 추정했는지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역시 FIU로부터 자료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FIU는 김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FIU의 3단계 분석 과정을 고려하면, FIU가 단순히 김 의원의 거래금액이 많거나 김 의원이 '정치인'이라는 점 등 특정 사실에만 의존해 정보를 제공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영장 없이 입수한 개인정보를 타기관에 제공하는 만큼, 모든 정보는 정보분석심의회의 엄격한 논의를 거친 후에 제공되고 있다.

의심거래 정보가 검찰에 제공되더라도 모두 기소되는 것은 아니다. FIU가 역대 검찰에 제공한 정보는 2만1,374건이고, 2021년 말 기준 1만7,630건이 처리됐다. 이 중 기소된 것은 4,998건(28%)에 그쳤다. 일시 중단을 의미하는 기소중지 처분도 1,111건(6%)이었다. 무혐의가 1만1,531건(6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FIU는 3단계의 분석 과정과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7월쯤 검찰에 이상 거래를 통보했다. 검찰은 자본 출처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FIU가 제공한 정보는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좌추적 등 수사를 통해 가능한데, 앞서 법원은 김 의원의 전자지갑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빗썸 지갑 위믹스 코인을 '정치 자금'으로 의심하는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진KBS 캡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빗썸 지갑 위믹스 코인을 '정치 자금'으로 의심하는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진KBS 캡처]

10일 SBS 취재 결과, 이후 검찰은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뒤,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김 의원의 업비트 지갑으로 위믹스 코인을 이체한 빗썸 지갑 2, 3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던 걸로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빗썸 지갑의 위믹스 코인을 정치 자금으로 의심했고, 해당 지갑의 명의자와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하려 했던 걸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구속영장 기각했던 A 부장판사, 김남국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해

김 의원의 전자지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A 부장판사로 알려진다. A 부장판사는 ‘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를 준비할 무렵 검찰이 청구한 두 번째 구속 영장을 기각했던 인물이다.

계좌 추적 영장은 수사 기관이 범죄 혐의가 실제로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금융 자료를 보겠다는 의미이다. 김 의원 가상화폐 거래의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상 거래 탐지(FDS) 시스템에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나온 것이다. 이후 FIU에서도 김 의원의 거래를 이상 거래로 여겨 검찰에 자료를 넘긴 것이다.

“계좌 영장 기각은 이해하기 어려워”...김봉현도 구속영장 기각 뒤 실제로 도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A 부장판사의 계좌 영장 기각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계좌 영장은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고 실제로 죄가 있는지만 따져보는 절차이기 때문에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김 의원 측이 ‘정치 수사’라고 주장한 배경으로도 활용됐다.

법조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FIU를 거치면서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나온 것을 ‘법원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막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계좌 영장이 발부되고, 검찰이 수사를 한 결과 김 의원의 해명대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국민적 의혹은 더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도피·잠적을 준비하던 김봉현씨의 2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기각 사유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내용도 중하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김봉현씨는 결국 작년 11월 11일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48일 뒤에 검거됐지만, 김씨를 검거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 관세청 직원 등이 동원되는 등 공무 인력이 낭비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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