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의혹 파문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 탈당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녹취록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동문서답했다.

이 대표는 3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 탈당에 대해 "본인들이 결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결단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는 게 맞느냐는 물음에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거니까, 그렇게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며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취재진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 관련 질문을 이어가자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라며 엉뚱한 답을 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보여지던데 검찰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탈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또 "태영호 의원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고 하느냐", "원래 의무적 수사 사항이라고 하던데"라는 등의 발언으로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이 대표는 선거법 9조 2항에 '검사 또는 경찰공무원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 점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대통령실의 정치 개입'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민주당은 태 최고위원 녹취록 의혹을 궁극적으론 대통령실의 문제인 것으로 더욱 키우려는 심산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이) 당무에 개입한 의혹이 매우 짙고, 대통령이 정치 중립을 위반한 것은 중대한 범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국회 운영위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이날 발언은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연신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앞서 여러 번 있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돈 봉투' 전당대회 파문에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등의 동문서답으로 말을 돌렸다. 국민 관심을 여권 인사들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정치권에선 "급소가 잡히면 상대방의 급소도 잡는 방식의 정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펜앤드마이크에 "전형적인 이재명식 정치"라며 성남시장 시절부터 너무나 익숙히 보아온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서로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격으로 다툰다' 생각하게끔 만드려는 의도란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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