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의 전승절 열병식. 러시아 특유의 거위걸음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1945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해 전통적으로 매우 성대하게 거행되는 러시아의 전승절 열병식이 여러 지역에서 속속 취소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2일(현지시각) 전했다.

러시아 전승절은 5월 9일이다. 나치 독일과의 전쟁은 소련의 존망이 달렸던 것이기에 소련 해체 이후 들어선 러시아에서도 최대 기념일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는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전승절 기념식이 취소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군사적 취약성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가디언지는 분석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우선 러시아 남부의 사라토프 주는 안전 우려로 전승절 열병식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일까지 열병식을 취소한 지역은 사라토프 외에 크림반도, 벨고로드, 쿠르스크, 보로네시, 오룔, 프스코프 등 최소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있거나 가까운 주들이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전승절 열병식 개최 여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다만 프스코프 주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인접해 있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열병식을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봄 들어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어 열병식 대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단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1년 2개월이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적인 관심도도 예전보다는 덜해졌지만, 양국간에 여전히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시의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불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병참 기지를 파괴한 것은 우리 군의 반격을 위한 준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2대 도시까지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징후가 엿보인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지난해 12월엔 모스크바에서 불과 약 241km 떨어진 랴잔의 공군 비행장이 드론 공습을 받았었다.

한편 가장 큰 규모로 열병식이 열리는 모스크바에서는 열병식 준비가 진행 중이다.

모스크바 안보당국은 지난주 전승절 열병식 준비를 위해 2주간 붉은 광장을 일반에 개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참석할 전망이다.

다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열병식에서도 일정 부분 규모 축소가 감지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텔레그램 매체 바자(BAZA)는 양 도시의 열병식에서 공군 퍼레이드는 취소하는 방안이 러시아 국방부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음이 가디언에 의해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