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파리에서 귀국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출두했지만, 검찰 측은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출석 일정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입장을 불허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는 그간 지속적으로 검찰을 향해 ‘조속한 소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송 전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출입이 거절되자 돌아갔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송 전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출입이 거절되자 돌아갔다. [사진=연합뉴스]

송 전 대표는 24일 입국장에서 기자들에게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전 대표측 관계자는 “(돈봉투 살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에 선제적으로 출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이르면 26~27일 출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돈봉투 살포 의혹’ 송영길, 2일 검찰에 자진출두했지만 검찰은 불허해

당시 법조계에서는 송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고려해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불과하다”며, “송 전 대표가 스스로 소환을 독촉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여 소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보고 받고 승인했을 뿐 아니라 적극 가담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송파구 주거지와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송 전 대표와 돈봉투 사건 사이의 관련성이 상당하다고 본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검찰에 자진 출석한 사례가 있어, 송 전 대표가 이런 전례를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03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자금 관련 사건으로 자진 출석을 했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자진 출석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자진 출석에 대해 입장을 불허했다. 송 전 대표가 이처럼 자진 출석을 고집하는 이유와, 검찰이 이를 불허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① 송영길, 무고함을 강조=지지자들에 대한 메시지이자 돈봉투 피의자들에 대한 암시

송 전 대표는 공항 입국장에서도 ‘오늘이라도 출석하겠다“며 자신의 무고함을 당당하게 입증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헌 변호사는 “송 전 대표의 자진 출석 요청은 정치인으로서 지지자들에게 ‘난 모르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당하다’는 것을 외부에 알려, 공범이나 참고인이 조사에서 반대되는 진술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나는 관여한 게 없다'고 말할 경우, 공범이나 참고인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정계 은퇴를 시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의겸 의원을 대변인으로 지명하려고 했다가 철회하는 일까지 빚었을 정도로, ‘정신적인’ 민주당 당원임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이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으로 하여금 ‘이심송심’을 연결고리로, 송 대표 자신에 대한 방탄 프레임을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에 선제적으로 출석해 자신을 구속하라는 송 전 대표의 발언은 이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근거로 활용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정혁진 변호사는 “판사는 늘 원고 아니면 피고를 보고, 검사 아니면 피고인을 본다. 그런데 저런 정도의 꼼수에 넘어갈 재판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돌아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돌아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② 검찰, 자진출석 불허=돈봉투 전달한 자와 받은 자에 대한 수사 이후 부른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일방적인 선제 출석에 불허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필요한 때 소환하면 당사자의 개별 일정을 고려해 협의하는 것"이라며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조사 일정을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검찰은 뇌물이나 돈을 전달한 자와 받은 사람에 대한 수사가 끝나야 ‘지시한 사람’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뇌물 공여자에 대한 조사부터 차근차근 진행한 다음, 관련 자료와 진술을 확보한 후 송 전 대표가 부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강래구 전 감사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이후 송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박모 씨와 '돈봉투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 씨 등에 대한 소환 이후 송 전 대표 소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즉 송 전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입국한 탓에 당장 소환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검찰 수사가 진척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돈봉투를 전달한 윤관석 의원조차 소환하지 않은 상황에서, 송 전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송 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까지 했으니, 소환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③ 검찰의 히든 카드= 정당법 대신 타격이 큰 정치자금법 적용하기 위해 치밀한 수사?

송 전 대표가 선제적으로 출석을 검토한 데는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2008년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참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정당법만을 적용한 반면, 송 전 대표와 관련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두 사건에서는 ‘정치자금법 적용 여부’가 크게 다르다. ‘자금의 출처’에 따라,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불법 자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반면 내가 내 돈을 쓰는 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금을 외부에서 유입한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살포하는 부분은 정당법 위반인 셈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될 목적으로 고승덕 전 의원에게 약 300만원을 전달했다. 당시 박 전 의장은 당대표 경선 막판에 자금이 부족해지자, 자신의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캠프에 전달했다. 박 전 의장이 고 전 의원에게 건넨 300만원의 출처도 자신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따라서 검찰은 당시 박 전 의장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고, 박 전 의장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검찰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살포된 자금은 타인이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강래구 전 감사가 불법 자금 총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대전 지역 사업가 김모씨 등으로부터 조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45조는 이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당법과 달리,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형이 확정된 후 당선이 무효되고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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