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와 재계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무더기 주가하락 사태가 ‘폭로전’ 양상을 띠면서 통상적인 주가조작 사태와는 다름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이 자신도 피해자라며, 진짜 이익을 본 사람은 따로 있다고 폭로에 나섰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씨는 SG증권 발 주가하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을 지목했다. [사진=KBS 캡처]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씨는 SG증권 발 주가하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을 언급했다. [사진=KBS 캡처]

지난 24일 SG증권(소시에테제네랄)발 주가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를 중심으로 셀럽(Celeb) 주식방 게이트가 불거졌다. 유명 연예인, 의사, 프로 골퍼 등으로 확산한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던 라 대표는 지난 2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일련의 하락으로 인해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라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라고 폭로했다.

투자자문업체 라덕연 대표, 김익래 회장이 상속세 낮추고 400억원 대 이득 챙겼다고 주장

그러면서 라씨는 "금융위에서 그 계좌의 소유주가 실제로 누군지 그 자금 추적을 해가시다 보면 (주가조작을 촉발한) 이 매도한 세력들이 누군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우키움그룹을 언급했다. 키움증권발 반대매매가 나오기 전에, 그 전주 목요일에 대량의 블록딜(매수자 지정 매매)이 있었고, 약 600억 원 정도의 다우데이타 물량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팔았다는 주장이다.

라씨의 이같은 발언은 폭락이 있기 2거래일 전인 지난 20일 다우데이타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김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고 2거래일 뒤인 24일부터 다우데이타 주가는 SG증권 발 매물에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8일 종가는 1만 7370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400억원에 육박하는 이득을 얻은 셈이다.

라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도 "시총이 1조예요, 1조짜리 종목을 제가 하루에 7%, 10% 올릴 힘은 없습니다. 남들이 장난친 것까지 제 잘못이 되어서 불명예스럽게 창피하게 죽고 싶진 않습니다"라며 자신 외에 다른 주가조작 세력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KBS인터뷰에 이어 김익래 회장을 재차 언급하며, 그가 다우데이터 보유 주식을 폭락 직전 팔아치우면서 600억 원대 이득을 거둔 건 물론, 증여세 절세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평균을 가지고 부과되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추기 위해 김 회장 측에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이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다우데이타가 다우키움그룹의 지주회사인 것이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이번 매물이 출회한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체결한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이다.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면 상속세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 회장은 폭락전에 지분 매도를 통해 큰 이득을 봤다는 게 라씨의 주장인 셈이다.

다우키움그룹, “상속세에 필요한 지분만 매각한 것” 해명...라덕연 대표, ‘피해자 전략’ 선택

다우키움그룹 측은 "사전에 (주가 폭락)정보를 알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상속세에 필요한 만큼의 지분만 매각한 것"이라며 "우연히 시기가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계와 법조계에서도 라씨의 이같은 주장을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라씨가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40억원 손실을 봤다고 말했고, YTN 인터뷰에서는 500억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라씨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배후로 거론된 인물이다. 라씨가 골프 연습장을 만들고 보증금 6억원에 연회비 1200만원씩 받은 인물들로 1500명 정도가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증금 6억원을 쉽게 낼 수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는 라씨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라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도 피해자라며 다른 사람들을 배후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씨 입장에서도 실제 ‘대규모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누군가가 먼저 대규모 주식을 매도하면서 본인이 입은 피해도 엄청나다는 점에서, 라씨 스스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폭로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 김익래 회장 등 기업 오너 조사 가능성 열어둬

따라서 라씨의 이같은 폭로가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을 겨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한 경우, ‘기술자’로 불리는 일부 기획자들의 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번 사태에서는 임창정씨 등 일부 연예인과 유명 의사 혹은 프로 골퍼 등의 ‘스피커’들을 넘어, 주가 조작 연관 기업 오너에 대한 수사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기술자로 지목되는 라씨가 김익래 회장 등을 지목한 배경으로 검사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이 과거의 금감원과 다르기 때문에,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애매한 대처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라씨가 김익래 회장을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자, 서울가스 삼천리 등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다른 기업의 오너들도 조사 대상에 오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의 대답은 “엄정 대응”이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주가 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김익래 다우키움 그룹 회장을 조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YTN 캡처]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김익래 다우키움 그룹 회장(오른쪽)을 조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YTN 캡처]

이복현 원장은 지난 28일 퇴직연금 서비스 혁신 간담회 이후 주가 조작 연관 기업 오너를 조사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위 고하, 재산 유무, 사회적 위치 등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의 일관된 기준으로 신속 엄정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원장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합리적 의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선 흘려듣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의사 및 자산가들 중에서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공범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죄를 감형받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라씨의 골프 연습장에서 투자 권유를 받고 실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명단이 밝혀질 경우, 상당히 파급력이 큰 주가조작 게이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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