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문건 유출의 용의자인 잭 테세이라 일병이 13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다이튼의 자택에서 FBI에 긴급 체포되는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 미국의 기밀문건 유출로 안보상의 피해를 입은 미 동맹국들은 왜 미국을 본격 비난하지 않는 것일까.

당사국들은 문건 유출의 여파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미국과 이 문제에 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란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한 국가도 없다. 오히려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현지시각)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정보 공유가 자국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며 기밀문건 유출 사태에서도 의연한 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가 러시아와 중국을 필두로 하는 레드팀과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블루팀으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의 연대가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더욱 노골적인 분석을 내놨다. 

기밀유출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미 동맹국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곤혹스러워지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정보공유를 중단하거나 줄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유출문건의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던 잭 테세이라 일병은 일개 사병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동맹국들은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을 고위 장교가 아닌 사병에게 허용하는 미국의 첩보 시스템에 놀라고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지구상에서 최강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의 첩보능력을 놓칠 수 없단 입장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으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했던 유럽의 어느 관계자는 "(미국에서) 정보가 보전 및 관리되는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야기됐고 (실제) 일부 피해가 야기됐다"면서도 미국과의 정보 연계를 포기하기엔 너무나 중요하다란 입장을 밝혔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보 유출은 이제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있어서는 최강의 첩보 능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부 비용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밀문건 유출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부터가 자국의 군사 대전략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월스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출된 대부분의 정보가 이미 공개된 것이며 상황 분석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하며 "러시아군을 상대로 한 봄 대반격 전략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의 기밀문건 유출을 이미 당한 바 있는 미 최우선 동맹국들인 '파이브 아이즈' 역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호주 의회의 앤드루 윌리스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일로) 미국과 호주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파이브아이즈 5개국 중 1개국 혼자서는 그런 방어력을 구축하거나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파이브아이즈 각국의 기술이나 능력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때 미국의 위치에 있었던 영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영국 국방부는 트위터에서 "최근 미국 정보당국의 유출된 문건이 널리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심각할 정도로 부정확하다"면서 미국 정보당국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교란시키기 위해 유출시켰을 수 있단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유출 문건의 정보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 역시 같은 궤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간 경제·군사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다른 피해국들과 미찬가지로 문건 유출 사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보수 정부의 관대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정치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 라스무센글로벌의 패브리스 포티어 대표는 "모두가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필수적인 정보 파트너국"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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