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샘의 교실이야기 16]무역도 착해지라니? ‘착한’ 커피가 결코 착하지 않은 이유
[유니샘의 교실이야기 16]무역도 착해지라니? ‘착한’ 커피가 결코 착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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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운동’으로 사라지는 것들은 더 많은 일자리
눈앞에 보이는 것만 착하면 된다는 근시안이 불러오는 불편한 진실
정말 착해지려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도록 시장에 맡겨야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언제부턴가 사물이 착해지고, 개념이 착해지고, 몸매가 착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가격도 착해지길 강요받는 세상이다. 그런 ‘착한’ 시리즈가 커피도 착하게 만들려고 한다.

 “커피회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벌 동안, 농민들은 1Kg당 90원을 법니다.”대기업인 커피회사를 향한 분노에 불을 지르고 원가를 따지도록 충동질하는 문구. 여기에서 착한 무역, 공정무역이 등장한다. 이른바 공정무역이 바로 ‘착한 커피’의 출발점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자기들 가게는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를 판매하는 착한 가게임을 강조하는 팻말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 커피가 착하니 그 커피를 마시고 모두모두 착해지자는 것인지!

주변에 쉽게 보이는 간판들. 출처 구글.
주변에 쉽게 보이는 간판들. 출처 구글.

● <통합사회> 교과서 속 공정무역

교과서는 공정무역을 언급하면서 해당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플랜테이션을 의미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교과서 말고 교사용 지도서엔 ‘플랜테이션’이 등장한다.

통합사회 교과서 속 1. 자연환경과 인간생활 단원 중. 공정무역이 언급됨.
통합사회 교과서 속 1. 자연환경과 인간생활 단원 중. 공정무역이 언급됨.

본래 플랜테이션은 재식농업(栽植農業)이란 어려운 말로 설명되어 있었다. 선진국의 자본과 열대 후진국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어 기업적 농업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덧붙여 그 과정에 선진국의 노동력 착취가 이루어짐을 은연중에 암시 해왔다. 아이들에게 ‘착취’는 언제나 억울한 것이며 벗어나고 싶은 굴레 같은 것이어서 본인들이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과 동일시하거나 동치 시키고 싶어 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은 거의 관점을 중시하며, 특히 사회과 학습에선 관점과 가치를 배제하기가 쉽지 않은 수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교사가 ‘착취와 억압’에만 방점을 찍어버린다면? 1학년 통합사회에 거론되는 플랜테이션과 공정무역. 과연 이 내용에 ‘균형’이 잡힐 수 있을까?
어느 책을 뒤져봐도 플랜테이션의 단점은 ‘소수 대농장 중심의 단일농업 구조여서 외부 충격(국제 시장의 흐름)에 취약하며, 부의 해외유출, 환경오염, 주민들의 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고, 토지 소유와 부의 지나친 집중과 독립된 자영 농민층의 성장 방해’ 등으로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에 비해 장점은 ‘고용증대, 도로나 항구의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의 증가, 열대 해안저지대의 개발을 촉진’이라고 되어 있다. 이게 전부다. 이렇게 플랜테이션의 단점을 부각시킨 뒤, 이어서 공정무역이 소개된다. 다음은 교사용 지도서에 소개된 공정무역에 대한 소개이다.

공정 무역이란 한마디로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을 말한다. 최근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 사회 운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운동은 윤리적 소비 운동의 일환이며, 그 대상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으로 농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공정 무역은 기존의 국제 무역 체계로는 세계의 가난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환경 보전, 생산자의 경제적 독립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가 만든 환경친화적 상품을 직거래를 통해 공정한 가격으로 구입하여 가난 극복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기획 재정부,『시사 경제 용어 사전』-


●‘윤리적 소비운동’으로 사라지는 것들

공정무역을 하지 않으면 열대지방의 커피 농장에선 여전히 노동력의 착취가 일어나며, 비참한 생활만 이어질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환경 보전, 생산자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윤리적으로 소비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공정한’ 무역이고 ‘착한’ 무역이라는 것이다. 그대들이 마시는 그 커피가 노동자의 임금을 ‘착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므로 ‘착한’ 커피가 된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착해’져야 하는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언젠가 광고의 포장술 때문에 나무를 베어 사업하는 회사가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삼림녹화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온 이미지 효과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품을 많이 생산하고 나무를 베어 펄프를 이용하는 기업임에도 광고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대로 인식되는 것처럼! 

착함을 부르짖는 무역과 농업이 정말 선하고 착한 것일까?

직거래가 확대되면 실은 일자리에 대해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두 가지 발생한다.

첫째, 중간 단계 유통업자나 중간 단계의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들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일자리는 완벽하게 사라진다. 직거래를 통에 농장 노동자의 임금은 착하게 변하는지 몰라도 다른 일자리는 완벽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둘째, 직거래 공정무역을 하는 농장의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높은(착한) 임금이 보장되었으나 진입 장벽이 높아져 버려 결과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인다.

또한 착한 커피를 생산하려는 의지로,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여기는 농장의 커피를 불매할 경우 그 공장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이나마 받던 일자리마저 잃고 마약운반이나 구걸, 매춘 등의 비참한 생활로 떠밀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주어질 수 있었던 일자리마저도 잃는다! ‘착한’ 무역의 결과다. 

또 다른 문제는 시장의 교란이다. 직거래를 통에 인건비가 보장되는 농장이 생기면서 너도나도 공정무역의 대열에 합류하는 농장들이 늘어 커피, 카카오, 사탕수수, 고무 등 공정무역 대상의 작물로 집중된다.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농산물이 직거래 기업으로만 이동되지는 않는다. 결국 단일 재배는 가격 불안정을 가져오고, 흉작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요공급에 의해 자생적인 작물 재배를 하던 곳 들 마저 단일 재배를 하게 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게다가 선진국 자본이 투입되어 착취한다던 플랜테이션의 경우, 과거와 달리 현재는 현지인이 직접 경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각 경영(多角經營)으로 이전(移轉)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의 착취구조는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데도 커피 농장을 향한 ‘착한 무역’을 여전히 선진국-후진국의 갈등구조에 따른 착취로 고착화시키고, ‘착해’질 것은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시각의 강요가 아닐 수 없다.

● 보이는 것만 강조하고 왜곡된 시각 강요하는 불편한 진실

사실 착해져야 하는 대상은 커피를 생산 하는 농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만은 아닐 것이다. 대체 어떤 기업이 ‘착한’ 기업이고 무엇이 ‘착한’ 노동일 것인가. ‘커피 이야기’는 수요공급의 균형 가격을 찾아가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억지로 착해지라는 무역으로 커피도 가격도 착한척하는 세상보다는, 일자리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세상이 진짜 착한 세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 교실에 들어가면 Frederic Bastiat의 <법> 에 나온  한 구절을 들려줘야겠다. 

‘What is seen and what is not seen.’ 당장 눈에 띄는 효과에만 사로잡혀, 두고두고 나타나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대개 고약한 습관에 탐닉하게 된다.

당장 자신의 눈에 띄는 것만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미숙하고 덜 자란 사람들의 특징이므로 하나하나 가르쳐야만 할 것이다. ‘착한’ 것에 열광하고 ‘윤리적인 것’에 동조하지만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일러주는 일. 이것이 교사의 역할일 것이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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