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필리핀에서 기자회견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필리핀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 관련해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미국과 필리핀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한 '2+2' 회담이 끝난 후 공동회견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 어떤 것도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국방부 문건 유출 의혹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오스틴 장관이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공동회견 모두발언에서 선제적으로 입장을 드러냈다.

오스틴 장관은 "나는 지난 6일 오전 민감한 기밀자료의 무단 유출 보고를 처음 받았다"면서 "이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매일 고위 간부들을 소집했고, 부처 간 노력에 대해서도 긴급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이 사안을 (수사)의뢰했고, 법무부가 범죄 수사를 개시했다"면서 "법무부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더는 추가로 말할 게 없다"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보고를 받기 전부터 온라인 상으로 관련 문건이 돌고 있었는데 왜 정보당국은 이에 대해 몰랐나'란 질문엔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서의 날짜는 2월 28일과 3월 1일"이라면서 그 전에 온라인 상에 다른 문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오스틴 장관은 "조사를 지속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문서는 2월 28일, 3월 1일 문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선 누가 접근권한을 통해 문건을 빼냈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지만, 출처와 범위를 찾을 수 있게 모든 조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자국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 의혹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다만 해당 문건들 일부는 조작됐단 입장이다.

한국도 이번 문건 유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한국 국가안보실에 대한 도·감청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1일 오스틴 장관의 요청으로 통화하면서 이번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정부는 오스틴 장관의 입장 표명와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가 범죄 수사를 시작했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국방부는 이런 유출로 국가안보에 더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신속히 행동했다"면서 "오스틴 장관이 아주 빨리 한 첫 조치 중 하나는 범죄 수사를 위해 법무부에 이를 의뢰한 것"이라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전날엔 유출 문건 일부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포함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크리스 미거 국방부 장관 보좌관은 유출 문건의 양식이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고·제공할 때 쓰는 실제 문서 형식과 유사해 보인다고 설명했었다.

한국 외에도 유출 문건에 들어가있는 이집트의 러시아에 대한 포탄 및 탄약 공급 계획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이집트가 러시아에 치명적인 무기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라며 사실상 부인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