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인데 어떻게 더 올리나?"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얼어붙은 경기와 금융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사실상 끝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0년 3월 16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친 결과 인플레이션이 심해졌고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0차례, 총 3.0%포인트(p) 끌어올렸다.

지난 2월 한은은 연속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고 금리 동결로 전환했다. 물가상승률의 완만한 하락세 전환을 확인한 상태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상 기조를 다시 바꾼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7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이 이 경로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는 물가가 연말이면 3%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물론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1년 이상 적자를 기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지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천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늘었고, 물가가 올라 사실상 쓸 수 있는 여윳돈은 급격히 줄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소비 회복세를 제한해 올해 내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종결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우선 이날 기준금리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중 83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동결 이후 당분간 금리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을 웃도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경기가 둔화 내지 침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이번까지 두 번 연속 동결한 뒤 갑자기 5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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