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흉악해지는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범정부적 총력대응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를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의 반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핼러윈 참사가 검찰과 경찰이 마약단속에 집중한 탓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식으로 마약범죄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왔다. 핼러윈 참사가 윤석열 정부 탓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한동훈 법무장관이 강화하고 있는 마약범죄 수사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10일 마약범죄 총력 대응회의 개최...민주당의 방해가 최대 걸림돌로 부상

정부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기관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 관세청 조사국장,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국장,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등 관계 기관 고위급 12명이 참석한다.

이번 협의회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우리 주변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는 마약 범죄에 유관 기관이 국제사회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정부의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충격적 신종 마약범죄 출현, 마약중독자가 아닌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를 타깃으로 삼아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신종 마약범죄이다. 2명씩 짝을 이룬 일당 4명이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건네 마시게 했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가서 전화를 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조선족 말투를 쓰는 일당으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면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마약중독자가 아닌 평범한 학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서 마약을 먹게 한 뒤 오히려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려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나눠준 4명은 모두 체포되거나 자수했지만 자신들이 나눠준 음료에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아르바이트 일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범행에 가담한 용의자 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B씨는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휴대전화 번호를 변작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8일 A씨와 B씨에게 각각 마약류관리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범행을 전반적으로 꾸민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가 절실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국 6대 권역에 마약수사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고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국 6대 권역에 마약수사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고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민주당, 마약수사를 할 수 없도록 검찰의 손발을 자른 ‘검수완박’에 집착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지속시키려는 민주당의 입장이 맞물려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를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 경찰이 마약수사를 하면 되기 때문에 검찰이 마약수사를 벌일 필요가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검찰이 마약수사를 할 수 없도록 손발을 잘라놓은 ‘검수완박’을 고집할 경우 결과적으로 마약범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대검 강력부에서 마약수사 부서를 폐지했고, 2020년 추미애 장관은 대검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통폐합시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검수완박 입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했다.

민주당은 대신에 마약수사 권한을 경찰에 집중시켰다. 기존 경찰의 마약 사건 수사는 경찰청 수사국 형사과 내에서도 계장급이 지휘하는 ‘마약조직범죄계’ 담당이었다. 2020년에 이를 총경급이 수장인 ‘마약조직범죄과’로 승격시켰다.

2017년 1만4123명 수준이던 마약 사범 수는 2022년 1만8395명으로 늘어났다. 5년만에 30%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10대와 20대의 마약 사범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같은 기간 19세 이하 마약 사범 수는 119명에서 481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대는 2112명에서 5804명으로 3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압수된 마약류는 154.6kg에서 1295.7kg으로 8배가 됐다.

이에 맞서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마약 사건 등을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민주당은 이마저도 반대하고 나섰다. 법무부가 올해 예산에 ‘마약 수사 예산’ 43억원을 편성했지만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액 삭감’을 선언했다.

검찰의 마약수사에 반대하는 민주당측 인사들의 대표 발언은 3가지이다. 이들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해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① 민주당 황운하 의원,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나서는 마약과의 전쟁은 불순해...마약 범죄는 ‘불과’ 5배 증가”

대전경찰청장 출신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2022년 11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충격적인 발언을 토해냈다. 그는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해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고 폄하하면서 "이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나서서 또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뭔가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2022년 11월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해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고 발언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2022년 11월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해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고 발언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진행자인 김종배는 친민주당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황 의원에게 “5배 증가를 불과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가”라고 보충질문을 했을 정도로 황당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황 의원은 "5년 사이에 5배 증가가 그렇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우겼다. 황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에서 마약범죄를 없애는 등 법률 개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자신이 주도한 입법이 마약범죄의 급증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고집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핼러윈 참사가 마약범죄 수사에 검경 역량을 집중한 탓이라는 억지 주장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민주당 장경태 의원, “중국 공장이 북한 주민을 고용해 한국에 마약을 들이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한 법무장관이 수사를 한다는 ‘의혹’이 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더 노골적이고 황당한 주장을 폈다. 장 의원은 지난해 11월 8일 국회 예결특위 종합 정책 질의에서 한동훈 장관에게 ‘한 장관이 강조한 마약 범죄를 단속하느라 경찰이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취지로 집요하게 추궁했다. 그 과정에서 장 의원은 한 장관에게 "북한에서 마약 제조공장을 많이 돌리고 있냐. 중국 모 공장에서 북한 주민을 고용해 마약을 대한민국에 들이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알고 있냐"고 질의했다. 이에 한 장관은 "구체적 의혹을 알고 계시면 제보해달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장 의원은 해괴한 질문을 했다. "그런 의혹을 밝히고자 한 장관께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는 또 다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중국과 북한이 연루된 마약 범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것을 ‘의혹’이라고 표현하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법무장관이 자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중대한 피해를 끼치는 마약범죄를 수사하는 행위를 ‘의혹’이라고 표현하는 장 의원의 편집증적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한 장관은 장 의원의 중국 마약 공장 발언과 관련해 "수사 한다는 것이 (어떻게) '의혹'이냐"면서 "만약에 (중국 공장에서 북한 주민을 고용해 한국에 마약을 유입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다면 범죄인데 수사를 해야만 하지 않겠냐"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③ 민주당 박범계 의원, 검찰에게 수사를 받는 마약 범죄자는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단독 개최해 검찰의 마약수사를 가능하도록 한 법무부 시행령에 대해 맹비난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합헌 판단을 한 만큼 검찰은 마약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집단으로 아우성을 쳤다. 마약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법을 고쳐서라도 마약범죄 수사기능을 강화해도 부족할 판국에 한 장관과 법무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마약범죄수사를 ‘범죄’로 몰아붙이는 행사를 벌인 것이다.

문제 발언은 임호선 의원이 시작했다. 임 의원은 "(정부 여당은) 헌재 결정에도 국회 입법 권한을 무시하고,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한다"면서 "마약범죄나 조직범죄 등 시행령에서 추가된 범죄에 대해 피의자와 피고인이 헌법 소원, 무효 확인 청구를 하면 국가 사법 체계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서 검찰이 수사한 마약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김승원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제 대정부 질문에서도 개정 확대된 시행령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그런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급기야 박범계 의원은 "시행령을 계속 집행하겠다고 한다면 헌법과 법률, 이번에 유효 판정을 받은 수사·기소 분리 법안과 시행령 간에 모순, 충돌이 지속되게 된다"면서 "수수방관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 태도는 과도 정부만도 못한 무책임의 극치이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형사 사법 규범력에 아노미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나아가 "헌재 판단에 모순되고 위배되는 그 시행령에 의한 검찰 직접 수사 부분 현상이 있다면, 수사를 받는 분은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마약수사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검찰에게 수사 받는 마약 범죄자는 민주당에게 신고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박 의원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검찰을 범죄자로 전락시키고 마약사범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대한민국 사법질서를 파괴한 '검수완박'에 이어 마약, 조폭 범죄까지 비호하며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마약 범죄와 조폭까지 감싸는 민주당은 이미 '공당 실격'"이라고 맹비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의 표적이 되자 "사개특위에서 본 의원의 발언은 마약 범죄를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 합헌 결정 취지에 따라 축소된 검사 수사권을 시행령으로 확대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라면서 "마약범죄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우리 경찰은 그동안 충분한 수사 실적과 능력을 보여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에게 수사받는 마약 범죄자에게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리발 내밀기식 해명을 한 셈이다.

한국에서 마약범죄는 심각하지 않고,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하면 충분하고, 검수완박이 합헌이므로 검찰이 마약범죄를 수사하면 그게 범죄행위이고, 핼러윈 참사는 마약범죄 수사에 집중한 결과가 낳은 참사라는 게 민주당의 편집증적 인식으로 분석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