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상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
미국에 대한 중국의 환상 "미국은 쇠락할 것이고 중국이 추월할 수 있을 것"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과 중국은 2017년부터 신냉전에 돌입했다.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신냉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중 간에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2010년대 초부터 시작했고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미중 신냉전이 발생하는 근저에는 양국이 상대방에 대해 갖고 있었던 잘못된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당초 중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중국이 강대국이 되도록 허용했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과 대결하기 위해 1972년 중국과 손을 잡았다. 그 이후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미중 간에는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은 포용정책을 통하여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편입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인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할 중국이 민주적 정치체제로 전환되도록 유도하여, 미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클린턴 미 대통령이 1998년 중국 방문 시, “중국이 안정되고 자유로우며 번영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을 때 절정을 이루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이 권위주의체제인 중국을 민주체제로 바꿀 수 있으며 양국이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견해는 환상이었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2010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은 서양식의 정치적 민주화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2018년 중국을 ‘패권국가이며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보고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발전에 따라 민주정체로 전환되어 평화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예측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한편, 현재 중국은 미국의 미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주도했던 인물이 시진핑의 신임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외교책사인 학자 출신 ‘왕후닝’이다. 2012년 당 총서기가 된 시진핑은 그의 조언에 따라 미국에 공세적인 외교를 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왕후닝의 대미국관이 작용했다. 왕후닝의 생각은 그가 1991년에 쓴 책자인 『미국은 미국을 반대한다』에 잘 나타나 있다. “4년마다 정권 교체를 하는 미국의 내면을 보면 개인주의와 향락주의, 기술주의에 빠져 있어 몰락해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흑인과 원주민, 여성들이 미국에서 겪는 현실은 미국이 평등 사회가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 정당들은 시장에서 후보자라는 일용품을 행상처럼 팔 뿐이다. 고유의 정신과 가치관이 붕괴된 미국은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이 국력을 집중하면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1등 국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1986년 논문에서 “중국은 공산당 중앙의 권력 집중 강화를 통해 개혁을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공산당의 독재와 지속적인 집권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지론으로서 ‘신권위주의론’을 갖고 있다. 그는 2018년 당헌 개정 등을 통해 시진핑을 마오쩌둥 이후 최고의 위인으로 격상하고 시진핑의 장기 집권 구축에 앞장섰다.

왕후닝의 전략은 한동안 적중하는 듯 했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 국내총생산의 70%를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응하여 미국은 2017년부터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시진핑이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여 중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의 정치평론가인 허젠은 “정치 분장사인 왕후닝이 최고지도자를 미혹해 잘못된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왕후닝의 낙마설이 작년에 파다하게 퍼졌다. 하지만 작년 10월 공산당 20차 대회에서 그는 오히려 당서열 5위에서 4위로 승격되었다. 이는 시진핑의 대미국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행동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을 통해 '중국이 민주적인 국가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냉전 이후의 자신만만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동시에 중국은 향후 세상을 제패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싸워 망하는 운명을 택하기보다는 미국의 주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전략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강대국이 될 때까지 자신의 힘을 감추어라”는 ‘도광양회’의 실용외교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의 이러한 인식이 모두 바뀌면서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은 이미 실패했으며, 앞으로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포기할 때까지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초강대국이 될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고 미국이 조만간 쇠락할 것이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상당 기간 동안 ‘버티기’를 하면 어려움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한 국가가 상대방 국가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이 양국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신냉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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