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학원가 인근에서 마약이 들어간 음료수를 건네는 용의자들. (사진=강남경찰서 제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9일 마약 음료 제조·전달책 길모 씨와 협박전화 번호 조작에 가담한 김모 씨를 상대로 '윗선'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마약 제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A씨를 추적하고 있다.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A씨의 행선지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 A씨가 길 씨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하도록 지시한 단서를 잡았다. 

우선 경찰은 학원가에서 유통된 마약 음료의 빈 병이 중국에서 건너온 점,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걸려 온 협박 전화 발신지가 중국이라는 점, 현재까지 검거된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중국 총책이 마약 음료 제조책과 중계기 운영책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우회 IP(인터넷주소)를 사용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마약 음료 현장 유포를 지시한 중간책들을 추적 중이다. 중국에서 공수된 빈 병의 배송경로를 역추적하며 공범 추적에도 나선 상황이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의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투입했다.

마약 음료가 학원가에 유통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 유통과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미래세대를 포함해 사회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인근 학생들은 지난 3일 오후 음료수를 건네받았다. 2명씩 짝을 이룬 20대 여성 등 일당은 시음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다. 피의자는 최소 7명으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전달책 4명은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지난 7일 마약 음료 제조책과 중계기 운영책 2명도 체포됐다. 길 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제조한 마약음료를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씨는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현재 피해자는 학생 6명과 학부모 2명 등 8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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