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달 29일 뇌물수수·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요구안이 부결된 지 91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뇌물수수·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검찰은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뇌물수수·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노 의원은 기소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발빠르게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노 의원이 선임한 변호인 명단에는 ‘전관’인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찰 출신 이건령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법조계 전관예우 강하게 비판했던 노웅래, 본인 재판에선 전관에게 달려가

법조계 전관예우를 강하게 비판했던 노 의원이 정작 본인의 재판에서는 가장 먼저 전관에게 달려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 의원은 지난 2016년 변호사의 '전화 변론'을 금지하는 일명 홍만표법을 발의하면서 "대한민국은 전관예우로 인해 법위에 돈이 있고, 돈 몇 푼에 변호사의 양심을 팔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헬조선을 만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법을 수호하던 판·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퇴직 후에는 고액의 선임료에 눈이 멀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관예우 비판에 앞장섰던 노 의원이 임 전 부장판사와 이 전 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노 의원의 ‘급하고 초조한 심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노 의원과 임 전 부장판사의 인연을 확인하면, 노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웅래, ‘탄핵 찬성'했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를 변호인으로 선임

노 의원은 지난 2021년 2월,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민주당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추측성 칼럼을 써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주된 이유였다.

4.16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법농단 관련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 진행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2021.10.28. [사진=연합뉴스]
4.16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법농단 관련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 진행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2021.10.28. [사진=연합뉴스]

노 의원은 이탄희 의원 주도로 작성된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자 161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고 탄핵안은 179표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 의원은 디지털 광장을 표방하는 여론 수렴 웹사이트 '캠페인즈'의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 캠페인에도 "찬성" 응답을 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재에서 각하됐고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당사자는 파면된다. 파면된 법관은 5년 동안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됐더라면 변호사 자격이 5년 동안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노 의원은 본인이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리고, 찬성 의사까지 나타냈던 임 전 부장판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법조인의 자격이 없다고 탄핵하려던 임 전 부장판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노 의원은 자신이 해온 정치적인 언행을 뒤집은 셈이다. 그것 자체로서 정치인으로서 큰 결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임 전 부장판사는 변호인 선임 경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같은 성당을 다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라고 답했다. 또 "간곡하게 요청이 와서 변호인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와 같은 전관이 변호인을 맡을 경우, 그 비용은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 의원이 전관예우를 비판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본인 스스로 고액의 수임료를 내며 불법 자행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윤석열 사단인 이건령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합류

노 의원의 변호인 명단 중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건령 변호사의 이름도 눈길을 끈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을 지냈고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의원면직된 바 있다.

노 의원은 자신의 수사에 대해 ‘본인을 죽이려는 윤석열 검찰의 음모, 조작된 수사’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그랬던 노 의원이 윤석열 라인 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을 두고,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노웅래, 담당 판사까지 수소문...자충수 될 듯

노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서 민주당의 판사 출신 의원들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를 수소문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본인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본인 사건 재판 판사 프로필을 건네며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노 의원의 이같은 행보가 오히려 판사에게는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이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환기 판사는 청담동 음주운전으로 문제를 일으킨 여배우 김새론씨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이다. 초범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구형한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법과 원칙에 충실한 판사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새론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노 의원이 주변 법조인과 의원들에게 이환기 판사를 수소문한 사실이 이미 각종 보도를 통해 알려진 만큼, 이 판사 입장에서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판결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판사가 누구인지 알아봐달라는 등 민감한 문제에 노 의원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굳이 판사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하려면 박범계 의원 등 다른 지인들에게도 직접 찾아가 부탁을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진 기자의 표적이 될 만한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 자체가 노 의원의 다급한 심정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tv)
노웅래 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tv)

양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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