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드라마 더글로리에 빗대 서로를 비방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현수막. 시민들은 이로 인해 정치 혐오 및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전국에서 마구 내걸리고 있는 '정치 현수막'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수막이 건전한 정책 홍보가 아닌 상대 당·후보를 비방하는 데만 집중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도시의 미관까지 해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더해 '정치 현수막 도배'의 법적 근거인 옥외광고물법 개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졌음이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엔 정치 현수막 도배를 비판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중 한 글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학폭(학교폭력) 드라마 '더글로리'를 빗댄 여야 양당의 정치 현수막 사진이 첨부돼 있고, 글 작성자가 정치 현수막 관련해 겪은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글 작성자는 "길거리 걷다 화가 나서 (글) 써본다"며 "이런 현수막 보면 더글로리 안본 사람이라 뭔 뜻인지도 모르겠어서 1차로 화나고, 색깔도 눈에 너무 잘띄게 해놓고 어그로를 너무 끌어서 요새 길거리만 걸어도 육성으로 욕이 나올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교차로, 횡단보도는 그냥 저런 현수막 도배라고 봐야 된다"며 "횡단보도, 신호등 가리는 건 다반사고 운전할 때 방해되는 것도 정말 많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아버지는 극우인데 같이 차 타면 민주당 현수막 보고 욕을 엄청 하신다"며 "그것도 한 두번이지 매번 그러니 듣기 싫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런 현수막들은) 환경공해다. 재활용도 안 될 폐기물"이라며 "저렇게 다수로 생산해대는데 왜 빨대 같은 것만 종이로 바꾸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다. 또 저거 다 우리가 낸 세금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글은 조회수 16만 회가 넘고 추천 수도 800회를 넘었다. 네티즌들은 "동네를 자기들 댓글창으로 쓰고 있다" "진심으로 현수막 내걸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요즘 점점 심해져서 정말 X같다" 등의 동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현수막 내용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그는 "현수막은 건전한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그냥 인신공격밖에 안한다"며 "정치인들은 국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들 돈 더 벌 방향으로, 상대방 끌어내리려는 방향으로 정치질을 하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도 "자기들은 저렇게 아무 말이나 막 해도 처벌 안받게, 심지어 신고도 필요없게 법 개정을 해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6월 10일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정당 현수막에 대한 옥외 광고물법 제3조와 4조 적용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그에 따르면 정치 현수막을 거는 데 허가나 신고 과정이 필요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금지 및 제한 규정적용도 배제됐다. 즉 당명과 제작자의 이름만 적혀 있다면 제한 없이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단 뜻이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지난해 6월 초 개정된 사유는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진=행정안전부]

 

이를 주도한 건 민주당의 김민철 의원(경기 의정부시 을)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5일 공개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당활동 현수막이 일반 사업자 현수막하고비교가 되어야 되느냐"고 따지는 한편 "헌법에 정당의 결사를 위에 두도록 돼 있다. 다른 규제로 묶을 수 없다. 헌법학자한테 용역을 의뢰를 해서 결과를 가지고 문제제기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정당법에서 가능한 것을 옥외광고물법으로 제약했던 거다"라며 "정당 현수막 규제는 이제 다 풀렸다고 봐야 한다. 애초 규제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끝까지 물고 계속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안부 반대가 많았다'는 지적엔 "정당이 자유롭게 하고(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면 그 정당이 책임지는 거다. 스스로 알아서 정리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으며, '지역마다 현수막 전쟁이지 않냐'는 질문엔 "그동안 옥외 광고물법 위반이 논란이었다"며 "각 지역 현수막 표지판이나 게시판에 들어가려면 한 달씩 걸리고 정당 입장에선 한 달이 지나면 현수막 효과가 없다. 긴급한 현안이 생길 때 현수막을 거는데, 게시대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도시 미관, 지역 주민들의 마음 등 다른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활동만을 지상 과제로 삼는 김 의원의 태도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개정안) 통과시키고 위풍당당 인터뷰까지 했네" "민주당 또 너냐"라고 비꼬거나, "대안 제시는 못하면서 선동만 하는 민주당" "정당이 세금으로 현수막업체 배부르게 해주는 거 아니냐" 등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쓸모없어진 정치 현수막이 야기할 환경오염에 대해서 과연 자각은 하고 있느냐고도 비판한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 음료를 마시는 데 필요한 일회용품의 사용은 착착 금지해 나가는 정치권이, 그보다 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현수막 사용에 대해선 왜 이렇게 관대하느냐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의 재질로 돼 있어, 설령 수거해 소각하더라도 환경오염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한국에서 폐현수막은 약 30% 정도만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전량 소각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재활용이 되더라도 대부분 마대자루·에코백·쓰레기통 등으로 제작되는데, 그중 개인이 사용하는 에코백은 정치인의 얼굴이 들어가고 정당 상징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정치 현수막 특성상 수요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현수막은 약 13만8000여개, 무게로는 9000톤이 넘는다. 그중 33.5%인 3093톤만 재활용됐을 뿐 나머지는 전량 소각됐다. 또 지난해 20대 대선 현수막은 총 10만5090여개였고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13만8000여개가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정당과 정치인들이 선거 비수기에까지 자유롭게 정치 현수막을 게시해 '리미트(제한)'이 풀려버린 상황이라 한국 전체가 '현수막 판'이 될 지경이라고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와 관련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한국 최고의 학벌까지 나온 정치인들이 논리는 없고 단순 비방·억까(억지로 까다)하는 현수막을 보면 초등학생 장난수준의 유치하고 질 떨어지는 장난처럼 보인다"며 "저러는 게 유권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거란 착각을 거두고 정치권에서 스스로 정화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총선이 가까워지면 서로 목 좋은 곳을 먼저 선점하려는 정치인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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