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하는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엔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비운을 맞은 SVB′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은행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한 현상에 주목했다.

SVB는 9일(현지시간)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해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발표 직후 증시에서 SVB 주가가 폭락했고, 사무용 메신저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예금주들이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420억 달러, 약 55조6천억원을 인출하려 시도한 걸로 드러났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1983년 문을 연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 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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