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공천받아도 낙선된다는 현실적인 판단”

지난달 27일 있었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에서 최소 4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반란표가 나오자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당내 주류인 친명계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극성 지지자들인 ‘개딸“들이, ’배신자‘는 물론, ’부역자‘ ’반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체포동의안을 찬성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의 명단공개와 인신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대선후보 경쟁을 했던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 청원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친명계는 비명계 의원들을 내년 총선공천에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작 배신자로 몰린 비명계 의원들이 몇 달전까지만 해도 숨어서 목소리를 내던 모습과 달리 자신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을 부인하지 않는 등 매우 당당한 태도로 민주당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초선 윤영찬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언론사(동아일보) 출신으로 정치부 기자로 함께 일한 인연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이낙연 캠프에서 활약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에게 전화 및 문자메시지 공세를 퍼붓자 몇몇 의원들은 ”나는 분명히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지만 윤 의원은 자신의 투표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윤 의원은 최근 개딸들의 공세가 문 전 대통령에게 까지 미치자 3일 SNS를 통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청원을 두고 "황당하다"며 "청원 취지에 언급된 여러 주장은 청원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성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와 이낙연 대표의 미국 행보 관련 기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며 "당 대표 신상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을 왜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전 대표 탓으로 돌리나"라고 따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 저를 포함한 여러 국회의원들을 소위 7적으로 묘사하며 처단하자는 카드뉴스 또한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며 "이 또한 당황하고 분노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더군다나 이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 들여 첩자니, 처단이니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5년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쉬러 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내 대표적인 비명계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출연이 잦은 이상민 조응천 의원 또한 자신들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개딸들의 공세에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상민 의원은 한발 더 나가 6일 한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이 대표를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 검은 먹구름의 일차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다. 그러면 이걸 철저히 분리해야 되는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하긴 쉽지 않다"며 이재명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탄핵표결 직후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이탈표를 행사했다는 지적에 대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저희가 (이탈표를 던진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169석 거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것,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의 처절한 발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과 더불어 홍영표 전해철 의원 같은 비명계 중진 의원들도 자신의 보좌관 등에게 ”애써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해명을 하지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함께 그동안 비명계로 분류되지 않은 고위 당직자 출신 한 의원이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모처의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님은 찬성 또는 반대중 어느 쪽에 투표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찬성 또는 반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이 자리에 참석한 개딸 성향의 당원이 “반란자 혐의가 있다”고 폭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내 비명계의 이같은 ’적극적 소신행보‘는 이로인한 불이익, 즉 공천배제가 두렵지 않다는 점이 핵심적인 이유로 꼽힌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서 보이듯 이재명 대표체제로는 내년 총선, 특히 수도권에서는 이길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깊이 관여한 한 민주당 인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당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증하자 해당 지역 의원들이 소신을 보여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모습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