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회장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23일 시작된 가운데 최근 김씨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와의 검찰 대질조사에서 격한 언쟁을 벌인 배경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23일 오전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가 본 재판을 하기에 앞서 공소(범죄)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 등을 확인해 추후 재판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특수통 출신 유재만 변호사 등 18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 화제가 됐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스마트팜지원사업비 500만 달러,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북측 인사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제공 등으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2억6000만원 포함)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대북사업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이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스마트팜 비용 등을) 대납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최근 두차례 있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대질조사에서 격하게 달려드는 등 다툼을 벌여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연루 등 추후 검찰수사 방향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은 22일 수원지검에서 있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두 번째 대질조사에서도 이 부지사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자 “내 주변 사람들이 다 구속됐다. 잘 생각해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날 대질 조사는 김 회장과 이 전 부지사간 일대일로 진행됐다. 1시간정도 진행된 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잘 생각해봐라”, “이게 무죄가 나겠느냐” 등의 발언을 하면서 이 부지사에게 자신에게 300만달러를 북한에게 보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15일 1차 대질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혐의를 부인하자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참여시켜 4자 대질 신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에 관해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거짓말을 한다”고 고성을 지르며 이 전 부지사에게 달려들어 수사관이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이 전 부지사는 대질 조사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말 외에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고, 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이 이처럼 이화영 전 부지사를 향해 거칠게 나오는 것은 향후 자신의 재판에서 ‘강요에 의한 행동’을 주장함으로써 무죄 또는 형량을 낮추려는 재판전략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전 부회장에게 적용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배임 등 범죄혐의가 이화영 부지사 등 ‘이재명그룹;의 강요해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절도나 강도사건의 공범이라고 하더라도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경우 형량이 주범의 절반 이하라는 점을 감안한 김 전 회장측의 변론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송환된 이후 당초 “이재명 대표는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는 입장에서 180도 선회, 지속적으로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주장을 주변을 통해 흘리고 있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관련, 23일 한 언론은 검찰이 최근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와 기존에 알려진 4차례 통화 외에 “2020년 말 경기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인 이모 씨가 이 대표와 통화를 연결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와 통화를 연결시켜 준 이씨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1000만 원을 후원한 인물이라고 한다.

한편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부지사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으로 전해진다.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고,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대북 스마트팜 비용 대납”이라는 쌍방울 김 전 회장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등이 쌍방울의 대북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제3자인 북한에 최소 800만 달러의 뇌물을 줬다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하지만 이 대표 등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청탁내용과 대가관계가 성남FC 후원금 사건처럼 명확하게 설명돼야 하고 최종적으로 뇌물을 받은 제3자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데 쌍방울이 보낸 800만달러의 종착지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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