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입장 못내는 국민의힘...태영호만 홀로 맞서는 중

더불어민주당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명백히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 언급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태 의원 징계안을 제출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태 의원을 제명 처리하라는 목소리를 연달아 내고 있다. 

민주당 제주지역 국회의원인 위성곤(서귀포)·송재호(제주갑)·김한규(제주을)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 윤리위원회에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위성곤 의원은 "(태 의원이) 4·3사건 희생자와 국민 모두를 모독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4·3사건을 왜곡, 폄훼한 태 의원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징계안을 제출하고 사과와 최고위원(후보)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제주도민들이) 70여년 동안 아픔 속에 살아왔고, 많은 국민이 (4·3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며 "제주도민, 제주 4·3 사건을 자신의 선거전략에 동원한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국회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송재호 의원은 "노무현 정부때 나온 4·3 진상규명 보고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량 민간 학살'로 결론을 내렸다"며 "(태 의원의 발언은) 그간 이어온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 전체를 부정하는 매우 반국가적 반국민적 망언이었다"고 했다. 김한규 의원은 "이런 망언으로 표를 받을 거로 생각했다면 국민의힘 당원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당원들도 현명한 선택을 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민주당)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제주4·3 망언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제주4·3을 폄훼하고 있는 태영호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오 지사는 "태 의원이 제주에 이어 경남 연설회에서도 '제주4·3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재차 오늘도 SNS를 통해 망언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정부가 정의하고, 여야 합의로 국회가 인정한 제주4·3의 진실을 부정하는 태 의원을 제명하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오 지사는 "이번 정부 들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해 치유를 약속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일반재판에 대한 직권재심 확대를 지시하는 등 4·3은 정의로운 해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늦었지만 아물어가는 상처를, 갈등을 넘어서 평화로 나아가고 있는 제주를, 태 의원이 다시 갈라치고 있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태영호 의원은 국회의원직, 최고위원 후보 사퇴가 먼저"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정말로 4.3 유가족에게 진심이라면, 국민의힘이 나서 태 의원을 사퇴시켜야 한다. 태영호를 향한 여당의 결정은 4.3을 바라보는 집권세력의 태도를 드러낼 것이고, 그 태도가 대한민국 국민과 당원들에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태 의원의 제주 4·3 사건 관련 언급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태 의원 스스로 연일 민주당의 십자포화에 맞서고 있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들의 무장폭동이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 때 진상 조사에서도 남로당 제주도당의 폭동이라는 점은 인정했다"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주도당이 왜 무장폭동을 일으켰느냐이고 결국 제주 4.3사건의 진실규명에서 가장 먼저 해명해야 할 문제는 남로당 중앙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느냐이다"라고 했다.

태 의원은 "4.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도 부인하고 오직 자기만의 주장을 절대화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극우 색깔론'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지성적인 고찰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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