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도인

1.MBC의 ‘실제’ 영업이익?, 제2의 지록위마(指鹿爲馬)

박성제 MBC 사장이 보도 자료를 통해 차기 사장 지원서에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필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반박했다.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과 구분되는 ‘실제’ 영업이익은 자신이 기재한 수치가 맞다는 얘기였다. 박성제 사장의 해명을 보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사마천의 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온 얘기인데,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중국 진시황이 죽은 다음 권력을 장악한 환관 조고(趙高)는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를 계략을 써서 자결하게 만들고, 그 동생인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다음 호해마저 허수아비로 만들었는데, 그때 사용한 수법이 바로 지록위마였다. 그는 허수아비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했다. 황제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라고 말하자,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은 모두 말이라고 했다. 이에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여 정사에서 손을 뗐고, 이후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하면서 중국 최단명 왕조가 되고 만다.

지난 2월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차기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한 13명의 후보자에 대한 1차 면접이 있었다. 박성제 사장의 연임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박성제 후보의 지원서 허위기재가 논란이 되었다.

그는 MBC가 자신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240억원, 2021년 1,090억원, 2022년 8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서, 이를 자신의 업적이자 연임에 지원한 동기라고 기재하였다.

이에 필자는 2022년의 경우 아직 결산이 완료되기 전이어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2020년 영업이익은 40억원이고, 2021년에는 684억원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박성제 후보가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하여 방문진의 공정한 사장 선임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성제 후보를 실격 처리하고 나머지 12명의 후보만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문화진흥회 홈 페이지에 공고된 『문화방송 대표이사 공모』에는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선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고, 지원서에서도 “본인은 본 지원서를 작성함에 있어 사실만을 기재하였음을 확인하며,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선임 취소 등 일체의 불이익을 감수할 것임을 확약합니다.”라는 자필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과거에는 없던 자필서명 확약까지 받으면서, 지원서에 사실기재 확인을 강화한 이유는 시민평가단 때문이다. 이번 MBC 사장 공모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1차 면접을 한 뒤 3명의 후보자를 시민평가단에 넘기면, 전국에서 성별/연령별로 무작위 추출된 150명의 시민평가단이 1명을 탈락시키고, 방문진 이사회에서 나머지 2명 중 1명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주요 평가기준은 지원서와 경영계획서이다. 특히 후보자의 면면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평가단에게는 사전 배포되는 지원서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없었던 자필서명을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받게 된 것이다. 박성제 사장이 처음 사장으로 선출되었던 2020년에도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받으려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회의 전날 취소된 바 있다. 어쨌든 지원서에 사실기재 확인을 위한 자필서명까지 받게 된 연혁을 잘 아는 박성제 사장이 이렇게 영업이익 수치를 왜곡한 것에 대해서는, 지원서에 명시한 것처럼 선임 취소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박성제 사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비용을 뺀 것으로 2020년 240억원, 2021년 1,090억원이라고 적었다"면서 "MBC는 노사 합의에 따라 20% 정도를 초과이익배분금(PS), 15%를 방문진 기금, 그리고 또 복지기금으로 적립하게 돼 있다. 저는 그것을 빼기 전 영업이익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영업이익 수치를 잘못 기억했거나 오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그럼 방문진 이사들은 박성제 사장이 제시한 수치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까? 지난 2021년 3월 2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 경영본부장은 2020 사업연도 결산 보고를 하면서, 매출액 6,971억원, 매출원가는 5,410억원, 판관비는 1,521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이며, 방문진 기금은 7억원을 지급하였는데, 이는 판관비에 포함된다고 보고하였다. 2022년 3월 22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2021 사업연도 결산보고가 있었는데, 매출액 7,775억원, 매출원가는 5,302억원, 판관비는 1,789억원, 영업이익 684억원이라고 보고했다. 그해 방문진 출연금은 121억원이었는데, 이때도 방문진 출연금은 판관비에 포함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박성제 사장도 부인하지 못했듯이,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뺀 금액이다.

2021년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현재의 방문진 이사들은 2021 사업연도 결산을 필자와 같이 보고받았다. 더군다나 2월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필자가 문제를 제기한 다음, 결론을 내기까지는 3~4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도 2021년 영업이익이 1,090억원이라고 적은 박성제 사장의 지원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해괴한 용어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던 중국 秦나라 신하들과 무엇이 다른가?

2. MBC에서 영업이익이 중요한 이유

혹자는 “그깟 영업이익 수치 몇 개 틀리게 적은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MBC는 경영진의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로 당기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사용하고 있다. 영업이익이란 MBC 본연의 사업, 즉 방송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말한다. 광고와 콘텐츠 판매가 주요 수입원인 MBC가 영업이익을 많이 거뒀다면, 당연히 방송의 경쟁력도 좋았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가 영업이익을 경영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또 하나의 이유는 MBC의 재무상태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MBC의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KBS 자본금이 2,000억원이 넘고, SBS 자본금이 900억원이 넘는다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 MBC는 1971년 10억원으로 유상증자를 한 이래, 50년이 넘도록 증자를 한 적이 없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독과점의 혜택 아래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해온 것이다. 그래서 MBC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실적이 없다. 오히려 막대한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이자 수익이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자율에 따라 부침할 수도 있는 당기 순이익보다는 방송 본연의 사업 결과인 영업이익이 MBC 경영진의 성적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박성제 사장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제가 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방문진에 50%의 기금을 냈다면, 제가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사람인 것"이라고 해명을 했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선, 방문진에 내는 출연금은 50%가 아니라 15%다. 그것도 영업이익이 있을 경우에만... 그 정도 부담이면 일반 회사에서 부담하는 금융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래서 역대 어느 MBC 사장도 방문진 출연금을 영업이익에 더하여 ‘실제’ 영업이익이라고 우기지 않았던 것이다.

MBC는 언론노조의 전면파업이 있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지상파 4채널 중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는 2017년 564억원, 2018년 1,236억원, 2019년 965억원이라는 막대한 영업 손실이었다. 불과 3년 사이에 2,7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최승호 전 사장이 연임 포기 선언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20년 3월 취임한 박성제 사장이 영업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드라마 제작의 축소 등 제작비의 대폭 감축이었다. 2019년 2,509억원이던 직접제작비를 2020년에는 1,930억원으로, 2021년에는 1,745억원으로 줄인 것이다. 그래서 직접제작비가 총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33.6%에서, 2020년 27.8%로, 2021년에는 24.6%로 줄어들었다.

반면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인건비는 2019년 2,013억원에서 2020년엔 2,118억원으로, 2021년에는 2,231억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퇴직급여,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인건비가 총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7.0%, 2020년 30.6%, 2021년 31.5%로 상승하였다. 제작비에 투자할 돈을 아껴 종업원들 인건비로 나눠가진 셈이다.

그런데 2020년에 퇴직급여,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인건비 비중이 대폭 상승한 것은 2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 때문이다.

사실 200억원이나 되는 돈을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할 처지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영업외수익으로 분류하던 부동산 임대료 수입 111억원을 2020년부터 영업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았더라면, 2020년의 영업이익은 40억 흑자가 아니라 71억 적자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MBC는 여의도사옥을 매각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106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자손실을 인식하는 등, 2020년에 312억원의 영업외 손실과 26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 상황에서 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주인이 있는 회사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MBC는 2021년에도 85억원의 근로복지기금을 출연했다.)

3. 박성제 사장이 영업이익을 부풀린 이유

박성제 사장은 영업이익을 2020년 240억원, 그리고 2021년 1,090억원이라고 적은 이유를 "MBC는 노사 합의에 따라 20% 정도를 초과이익배분금(PS), 15%를 방문진 기금, 그리고 또 복지기금으로 적립하게 돼 있다. 저는 그것을 빼기 전 영업이익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用語의 정의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논의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총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 및 관리비를 뺀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공유하는 公理의 영역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2월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주장했듯이, 영업이익의 개념은 방문진 이사회에서 다수결로 재정의(再定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성제 사장이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해괴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영업이익을 부풀린 것은, 2020년과 2021년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4위’라는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영업이익 수치를 불림으로써, 그 기간 중 MBC의 콘텐츠 경쟁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착시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만약 박성제 사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영업이익’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240억원의 ‘실제 영업이익’을 기록한 공영방송 MBC가 직접제작비를 전년에 비해 579억원이나 삭감한 것은 엄청난 비난을 받을 행위다. 2021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영업이익이 1,090억원이나 되는데, 직접제작비를 2020년에 비해 다시 185억원이나 삭감한 것은, 박성제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생생한 증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에게 보답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비에 투입할 돈을 근로복지기금이나 초과이익배분에 돌렸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국민보다는 가까운데 있는 언론노조에 영합하려는, 勞營회사의 수장이라는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임 지원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하는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사유로도 박성제 사장의 후보 자격은 박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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