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헌법재판관 지명에도 은밀하게 개입할 가능성 커...송승용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의 객관성, 중립성을 보장해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투명하고 적정하게 행사할 것을 김 대법원장에게 요구”
-정교모 “김명수, 직원을 남용하여 의무없는 일을 시키고 추천위원장에 대하여는 공정한 추천권 행사 방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은 10일 ‘대법관 추천 개입’ 의혹을 받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안희길 인사총괄심의관을 각각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3월과 4월에 잇따라 퇴임하는 이선애, 이석태 헌재재판관 후임 임명에 부당하게 개입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 게시판에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권을 적절히 행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송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지난 2020년 9월 8일 퇴임한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자를 제청하기 위해 꾸려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김 대법원장 측에서 ‘선호 후보’를 전달해왔다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당시 추천위원장님께서 안희길 인사총괄심의관이 모 언론의 칼럼을 뽑아 와서 피천거 후보들 중 특정 후보에 대해 ‘눈여겨볼 만 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가더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 글에 언급된 특정 후보는 이흥구 대법관이다. 이 대법관은 후보 추천 회의를 거쳐 대법관 최종후보자로 제청돼 큰 장애물 없이 임명이 이뤄졌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대법원장의 대법원장 후보 제시권을 없애고 추천위에서 실질적으로 후보심사를 할 수 있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 규칙 일부를 삭제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이 측근을 시켜 이흥구 대법관 임명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이는 대법원장의 부당한 제시권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추천위의 공적 검증기능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대법관의 제청권까지 무분별하게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곧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가 진행될 예정임을 언급하며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임명 동의 대상이 아니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않은 경우 대법원장이 자체지명할 수 있어 다른 재판관에 비해 임명 절차상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의 객관성, 중립성을 보장해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투명하고 적정하게 행사할 것을 김 대법원장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교모는 이날 서울동부지법 송승용 부장판사가 폭로한 대법관추천위원회 내에서 실무자를 통한 대법원장의 특정인물 추천 압박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안희길 인사총괄심의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특정인에 대해 ‘눈여겨 보실만 합니다’고 위원장에게 말했다는 대목은 대법원장의 의중이 특정인에게 있음을 전달하려는 것 외에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핵심은 ‘이 분을 눈여겨 보실만 합니다’라는 말이 누구의 입에서, 왜, 무슨 의도로 나왔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교모는 “이 말을 안희길 단독으로 했다면 그 지위나 역할을 이용하여 지명권자인 피고발인 김명수의 의중이 담긴 것처럼 위원장을 기망하고, 위원장을 통해 위원들에게 전달되도록 의도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후보추천위에 ‘회의에 출석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나(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 내규 제5조 제4항)’, 그 개진 방식을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사후 검증과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의견 개진에는 특정인을 지목하는 등의 내용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헌법재판소 9인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지명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고, 여기에 대통령이 3인을 임명하는데, 국회와 대통령 모두 대의를 통해 구성된 헌법기관인데 비하여, 대법원장은 비선출직 사법관료인 까닭에 지명권 행사가 더욱 신중히 이뤄져야 하고 법원 내부에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며 “만일 공개적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할 권한이 있는 김명수가 은밀하게 담당 실무자로 하여금 자신이 지목한 자가 추천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하도록 하였다면, 안희길에 대하여는 직원을 남용하여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것이고, 추천위원장에 대하여는 공정한 추천권 행사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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