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 서민들이 가는 식당에서 한국측 인사들과 중국식 아침을 즐기고 있는 모습. 무려 6끼나 '혼밥'을 먹게 한 중국에 대해 외교적 무례라는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정상회담 참석을 요구했단 사실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의 자서전에서 드러났다. 또 폼페이오 전 장관은 자서전에서 김정은이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의 철수를 바라고 있단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중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우리 이니'라 불릴 정도로 지지자들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던 문 전 대통령의 국제정세 인식이 김정은보다도 못하단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폼페이오는 24일(현지시각) 출간된 자서전 '단 일 인치도 내주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에 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들을 밝혔다.

폼페이오의 자서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의 트럼프와 김정은 간 정상회담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폼페이오에게 요구했다. 폼페이오는 "문 대통령이 몇 번이나 내게 직접 전화를 했고, 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는 쪽을 선호한다'고 잘 준비된 대답을 했다"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이 얼마나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에 억지로라도 끼고 싶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서술이다. 폼페이오는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역사적 만남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썼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한국을 전혀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 문 전 대통령만 몸이 달아 보채는 형국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폼페이오는 이어 "문 대통령의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내줄 시간도 존경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 쓰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만 업신여김 당한 것만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로부터도 철저한 무시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폼페이오는 자서전에서 김정은의 대(對) 중국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폼페이오가 2018년 3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신분으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때 폼페이오는 김정은에게 "중국 공산당은 줄곧 '주한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행복해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이 말에 웃더니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외치며 신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내 미국인들이 필요하며, 중국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국의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의 이 서술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정권 지도부가 중국을 미국보다도 더 위협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또 '일본이 100년의 적이라면 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고 했다는 김정은의 발언과 김정일의 유훈으로 알려진 '중국은 현재 우리(북한)와 가장 가까운 국가이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될 수 있는 나라'와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폼페이오는 자서전에서 김정은을 '피에 굶주린 기분 나쁜 놈(bloodthirsty toad)'이라며 직접적으로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문 전 대통령보다도 냉철하게 역내 국제 정세 인식을 하고 있는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4일(현지시각) 출간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자서전. [사진=아마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5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대학에서 강연하는 도중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으로 치켜세우는 한편 한국은 "작은 나라"로 지칭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중국몽'까지 언급했다. 그 전체 발언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면서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다. 이는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단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도 있었지만, 동아시아 '조공체제'라는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중국을 높이고 동시에 한국을 낮춰야 하는가란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렇듯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으로서 중국을 높일 수 있을 만큼 최대로 높였음에도, 중국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방중기간 동안의 6끼 혼밥이었다. 그렇기에 문 전 대통령보다도 김정은이 중국이란 국가의 실체와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주한미군의 기능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북 양쪽에서 철저한 무시를 당했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고문의 방송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정규재의 하이눈'의 제목은 "폼페이오 자서전서 바보된 文"이다. 다만 이날 방송에서 정 고문은 폼페이오와 트럼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 고문은 "당연히 판문점에서 (미북이) 회동을 하게 되면 그 집주인이 관계자요 당사자인 대한민국"이라며 "제가 문 전 대통령을 싫고 좋고를 떠나서 그 자리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끼워주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란 의견을 피력했다. '정규재의 하이눈'은 유튜브 펜앤드마이크 TV에서 볼 수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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