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한국인 손님에 대한 응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의 한 오뎅집 입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는 어느 한국인이 인터넷에 올린 현지 오뎅집 이용 후기로 인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해당 오뎅집 사장은 전복을 달라는 요청에 '비싸기만 하다'는 이유를 들며 거절했는데 이 행동을 두고 혐한인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러한 논란이 '관광대국' 일본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단 지적도 내놓고 있다.

논란이 되는 후기는 지난 16일 밤 인터넷의 모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스스로를 '사할린 근처 사는 재일본 직장인'으로 소개한 글쓴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뎅집이라며 홋카이도 삿포로 시에 있는 어느 식당 이용 후기를 올렸다.

글쓴이는 "구글 후기 보면 한국 사람들이 혐한이네 어쩌네 평점 테러 당해서 (5점 만점에) 4점 정도로 기억한다"며 "처음 갔을 때 (사장) 할아버지한테 오마카세도 알아서 달라고 했다"고 했다. '오마카세'는 최근 한국에서는 나오는 순서가 정해진 '코스요리'로 인식되며 유행하고 있는데, 본 뜻은 음식 메뉴의 종류와 조리 방식을 주방장에 모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게시물에 따르면 해당 오뎅집의 사장은 글쓴이에게 무, 간모(두부 많은 어묵), 실곤약, 장어, 이리(시라코) 오뎅 등의 순으로 대접했다. 그 후 은행 구이와 굴도 나왔다.

문제는 글쓴이가 '전복 먹을까요'라고 했을 때 오뎅집 사장이 '비싸기만 하니 먹지 먹지 말라'라고 대답하고 대신 '굴 좋아하냐'라고 물어봤다는 점이다. 당시 글쓴이는 이 응대를 별다른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후기를 본 다른 네티즌들의 평가는 이와 달랐다. 즉 사장이 일본인 특유의 겉(다테마에, 建前)과 속(혼네, 本音)이 다른 응대를 통해 한국인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친구와 함께 했던 두번째 방문 후기도 적었다. 이 때도 오뎅집 사장은 전복 대신 다른 메뉴를 추천했다. 네티즌들은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을 차별한 명백한 증거라고 본다. 게시물 사진을 보면 전복이 손님도 볼 수 있게 그릇 위에 한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국인 손님이 전복을 달라고 요구함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주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혐한'이란 것이다.

글쓴이가 이 오뎅집을 방문했을 당시 그릇에 쌓여 있던 전복. 오뎅집 사장은 전복을 먹어보고 싶다는 한국인 손님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를 놓고 온라인에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상식적으로 전복이 질이 안좋아서 먹지 말란 거였으면 저렇게 만들어서 쌓아뒀겠냐"며 "문 닫을 때 죄다 버리기라도 하냐. 저걸 누군가한텐 팔 텐데 딱 봐도 돈 없어보이니 '싼 거나 먹어라' 혹은 '한국인에겐 전복은 사치다' 둘 중 하나 아니냐"고 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이 사장이 '혐한'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로 이 식당을 이용한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동등하게' 대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구글 이용 후기를 보면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거나 잘 하는 외국인 손님에게는 잘 대해 주지만,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할 경우엔 착석했더라도 나가달라고 요구해 황당했단 내용이 간간이 등장한다. 일부 후기에서는 '최악의 식당' '나쁜 서비스'라며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일본어를 못한다고 나가라고 한다니 역겨운 식당'이란 직설적인 비판도 발견됐다. 또 다른 후기는 "주인이 우리가 일본어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자 서비스를 거부하고 떠나라고 했다"며 "삿포로의 관광지에 위치한 식당이 노력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심할 경우엔 차별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오뎅집을 예약했지만 일본어를 하지 못한단 이유로 제대로 된 응대조차 받지 못한 외국인 이용객의 후기. 이 이용객은 '국제적인 도시에서 영어만 할 줄 알고 일본어를 못한단 이유로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구글 이용 후기]

또 일본인의 이용 후기에서도 '일본인에게마저 불친절하고 괴팍하게 군다'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혐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일례로 어느 일본인은 "가게 주인의 대응이 최저"라며 "먹고 난 후 접시를 포개서 돌려주면, 못 쓰게 되니까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 말투가 이래도 되는 거냐"는 후기를 달았다. 또 다른 일본인은 "겨울이 되면 오뎅 국물과 술을 먹는 것을 좋아해 가게를 찾았지만 주인이 '술이 가엽다'라고 했다'"며 "'매실주가 있냐'고 물어보니 '우리는 보통의 술밖에 두고 있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보통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오뎅집은) 메뉴를 어딘가에 내걸고 있는 것도 아니고, 메뉴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첫 손님에게 '이런 술이라면 있다'란 대응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오뎅 가게가 근처에 있으니 여기는 추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오뎅집을 이용한 한 일본인의 이용 후기. 이에 따르면 오뎅집 사장의 성격 자체가 다소 괴팍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구글 이용 후기]

 

일각에서는 이 오뎅집이 혐한이냐 아니냐와는 별개로 이 사례가 '관광대국' 일본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고도 지적한다.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8년엔 연간 3119만1900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양적 팽창'을 이룬 일본은 지난해 10월 무비자 관광을 재개하면서 여행업 기지개를 다시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내 일부 업자들에게서 관광 서비스를 내국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외국인에게 제공하겠단 마음가짐이 결여돼 있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일본의 이미지와 관광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단 것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눈부신 경제 성장을 통해 아시아의 최정점에 섰던 일본이기에, 여전히 옛 향수를 잊지 못하고 한국, 중국, 동남아 등 기타 아시아 출신 여행객들에 대한 '은밀한 차별'을 행하는 듯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엔 오사카 시장스시의 '와사비 테러' 문제가 크게 부각됐으며, 올해 8일엔 후쿠오카의 한 초밥집에서 마찬가지의 '와사비 테러'를 당했단 증언이 나와 이 문제가 현재진행형임이 간접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일본이 좋아서 간 사람들에게 저런 속좁고 얕은 차별을 행하면 장기적으로 일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일부 몰지각한 일본인들이 우월주의 인식을 버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일본행 여객기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관광을 재개한 이후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 및 여행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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