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내부 악재는 코로나이다. 지난해 12월 7일 중국공산당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악재는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에서 반발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급작스런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급작스런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곤경에 처한 시진핑, 소요 확산 막으려고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조만간 사망자 100만명 관측 대두

지난해 10월 제20차 전국대표회의에서 3연임 체제를 확정한 시 주석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오랜 봉쇄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했으나, 심각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조만간 100만 명 가량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의 집권 3기 운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7일 중국공산당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최근 한달 간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병원에서 사망한 사례가 약 6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중국 정부가 14일 발표했다. 이 수치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 등에서 사망한 사례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신년사를 통해 작년에 중국이 이룬 업적에 찬사를 보내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대응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자찬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는 봉쇄 해제 이후 확진과 사망자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부로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중국 내 보건 당국자들은 지난해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다는 발표를 한 뒤 20일 동안 전체 인구의 약 18%에 달하는 2억 5000만 명이 감염되었다고 보았으며, 감염 속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판단하고 있다.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여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중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제로 코로나’라는 고강도 대응을 이어왔다. 코로나19의 변이가 발생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전염력이 약하던 초기에 취해진 강경 대응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2020년 8월부터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해, 시 주석은 그해 9월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의 성공적인 대응은 수십만의 확진자가 증가해 사회, 경제적 혼란을 겪던 서양 선진국과 비교되면서,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의 업적으로 평가받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게 되자, 당국은 기존의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했다.

특히 지난해 시 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2020년 우한봉쇄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통해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에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계속된 봉쇄 정책으로 11월 24일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상당수 주민이 사망하고 부상하게 되자, 근본적인 저항을 불러와 ‘백지시위’로 확산됐다.

12월 7일 마침내 중국공산당은 2년 넘게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격 철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제20차 전국대표회의 개막 연설에서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을 약속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폐지한 것이다. 시 주석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만 압박하는 중국 정부의 ‘얄팍한 책략’, 시진핑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만 키워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난관을 탈피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갈등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중국과의 교역 회복을 기대한 우리 입장에서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한 중국발 입국자들이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한 중국발 입국자들이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코로나 관련 고강도 조치를 해제하면서 해외여행을 가려는 중국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중국의 코로나19 유행을 고려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중국발 입국자를 통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월 11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국가들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는 제외한 채 한국, 일본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만 보복조치임을 성명으로 밝히고, 일본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된 갈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왜곡 문제 등으로 빚어진 한국과의 갈등, 중국내 한한령 등을 자극해 여론의 시선을 돌리는 한편, 중국경제 의존도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을 압박하여 경제 규모가 더 큰 서방 국가들에게 경고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시진핑 주석이 자국민을 상대로 펴왔던 권위주의적 태도를 주권 국가에 대해서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시진핑이 야심차게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신식민주의’ 비판으로 반중 감정 확산

외부 악재는 아프리카에서 확산되는 ‘반중 감정’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대출을 늘려왔던 게 역풍에 직면했다. 중국은 주로 아프리카의 광산과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이 '부채 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라고 비판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여론도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경제·군사적 목적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해온 중국이 정책적인 판단 미스로 과도한 대출을 해준 탓에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출해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채무상환 위기에 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YTN 유튜브 캡처]
중국이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출해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채무상환 위기에 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YTN 유튜브 캡처]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적개발원조(ODA·양허성 차관) 사업을 통해 도로·철도·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함으로써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단기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석유·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중국이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출해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채무상환 위기에 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여파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대중국 채무액은 835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에 진 빚이 426억 달러에 이르는 앙골라의 부채가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에티오피아(137억 달러), 잠비아(98억 달러), 케냐(92억 달러)등의 순으로 많다.

특히 중국의 대출조건은 서방국가들보다 매우 열악하다. 상업성 대출이 많아 금리도 높고 대출기간도 짧다. 금리는 약 4%로 시중금리와 비슷한 수준인데, 세계은행(WB)이나 프랑스, 독일과 같은 개별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금리보다 4배가량 높다.

채무상환 기간 역시 대부분 10년 미만으로, 다른 국가나 기관에서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ODA의 상환 기간이 28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짧다.

특히 중국의 대출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계약서상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중국이 상대국 주요 자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높은 이자로 불어나는 원금을 제때 못 갚으면 공항이나 항구 운영권을 중국이 갖도록 한 것이다.

중국이 이들 국가를 빚에 허덕이게 해 중국 정부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신식민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비판에 대해 “중국의 기여가 아프리카인의 삶을 개선했다”며 “부채의 덫이라는 꼬리표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반중 감정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반발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은 2020년 중국이 자국에 자금을 대면서 ‘술주정뱅이나 받아들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은 2020년 중국이 ‘술주정뱅이나 받아들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사진=YTN 유튜브 캡처]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은 2020년 중국이 ‘술주정뱅이나 받아들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사진=YTN 유튜브 캡처]

반중 감정보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부채 상환 의지가 부족한 데다, 이미 다른 나라의 수많은 부채까지 안고 있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은 채무상환 위기를 겪고 있고, 52개국 중 22개국이 부채 곤경(debt distress) 위험에 놓였다. 중국으로서는 채무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이들 국가를 압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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