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가통계 왜곡 의혹이 5년여 만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은 문 정부에서 소득, 고용, 집값 등 주요 통계가 고의로 왜곡됐고,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국가통계가 왜곡된 정황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접 불러 2018년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과 황 전 청장 경질 전후 과정을 조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국가통계가 왜곡된 정황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접 불러 2018년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과 황 전 청장 경질 전후 과정을 조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은 ‘중대 범죄’, ‘국기문란 사건’ 등으로 판단,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문 대통령, 소득주도성장론 훼손한 통계청 조사에 격노...통계청장 전격 경질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8년 8월 통계청이 소득하위계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상위계층의 소득이 증가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통계청장이 전격 경질됐던 게 사태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최대 정책으로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 같은 통계청 발표를 보고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통계청장을 경질한 데서 문 대통령 분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했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직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전 수석이 국가통계 왜곡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구속기소됐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도 추가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도 고심중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국가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도 홍 전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문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뜨거운 쟁점이다.

지난 2018년 8월 26일 당시 문 대통령은 황수경 통계청장을 면직시키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새 통계청장으로 기용했다. 이에 대해 ‘문책성 경질’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역대 정권에서 숫자를 다루는 통계청장은 경제 상황이나 정책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2년 이상은 재직했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취임한 황 청장은 13개월 만에 ‘해고’된 셈이다. 전임자인 유경준 전 청장이 약 2년 1개월, 박형수 전 청장이 약 2년 2개월간 재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황 청장을 경질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갑작스레 경질됐다. 당시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과 혼선이 황 전 청장 경질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지난 2018년 7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갑작스레 경질됐다. 당시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과 혼선이 황 전 청장 경질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지난 2018년 7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8년 5월 통계청 발표가 화근...하위 20% 소득 8% 감소, 상위 20% 소득 9.3% 증가

화근은 황 청장 재임 중에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였다.

통계청은 2018년 5월 가계동향 조사에서 1분기 전국 가구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하고, 상위 20% 소득은 9.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8년 7월 26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하위 20%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하고, 상위 20%의 소득은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당시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 및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부작용을 알리는 근거로 사용됐다. 특히 보수언론들이 집중적인 비판을 했다. 이 비판은 수치에 근거한 비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위기 징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가계동향 조사를 위한 소득조사 표본을 기존의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한 게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당시 정부여당과 좌파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다. 표본 수를 늘리면서 저소득 가구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일종의 억지였다. 통계청은 표본수를 늘리면서 저소득과 고소득 가구 수를 전체 모집단의 비중에 맞췄다. 저소득 가구 비중이 높으면 저소득 가구 표본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당연한 선택이었다.

당시 통계청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저소득층인 1, 2그룹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인 9그룹까지로 표본을 확대했다”면서 “저소득 가구만 추가로 표본을 확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황수경 청장 경질 및 강신욱 청장 기용 과정은 ‘비상식’으로 점철돼

문 대통령이 황 청장을 면직시키고 기용한 강신욱 통계청장을 기용하는 과정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강 청장은 2018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가 발표됐을 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이었다. 가계동향 통계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청장은 노동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저임금은 긍정적 효과가 90%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리포트를 청와대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임이 확인될 위기에 처한 순간에 ‘구원 투수’를 자처한 것이다. 자신이 통계청장이 될 경우 황 청장의 잘못된 통계를 바로잡아 소득주도성장의 통계적 성과를 입증하겠다는 식의 행동을 한 것이다.

통계청과 무관한 연구소에 근무하던 강신욱, 통계청 비판하고 소득주도성장론 옹호해 ‘발탁’

반면에 강 신임 청장은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동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최저임금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골자로 해명 자료를 제출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5월에 1분기 가계동향의 결과가 문 대통령의 정책 실패론으로 연결되는 시점에 강 청장이 ‘구원 투수’로 활약했던 셈이다.

강 청장은 2018년 8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1분기 통계청의 가계소득 동향 발표의 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다”면서 “표집을 하면서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가중치에 변화를 줌으로써 저소득 가구의 소득하락 현상 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통계청은 원래 폐지하기로 했던 가계동향 조사를 2017년 소득과 지출을 분리해 유지했다. 그런데 2018년 1분기와 2분기 조사에서 저소득층의 소득하락 및 과다 표본 논란이 발생하자, 2020년에는 다시 소득과 지출을 통합한 조사를 발표했다.

2020년 10월 14일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계 조작(마사지) 의혹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정치적의도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2020년 10월 14일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계 조작(마사지) 의혹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정치적의도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소득과 지출을 다시 통합하고 조사 방식을 변경하면서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강 전 청장 주도로 가계소득 동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감사원 감사는 강 전 청장이 취임 전후로 했던 발언 및 행동 등이 실제로 국가통계조작으로 실행됐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 홍장표 전 수석 소환 조사 고심중...국가통계 조작 및 청와대 개입이 쟁점

통계청의 통계조작 사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차원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려면 문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이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로 알려진 홍 전 수석을 직접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감사원은 홍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최근 통계청 직원 PC를 대상으로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2018년 통계청 직원들과 청와대 관계자의 회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가계동향조사나 보도자료와 관련해 특정 내용을 담아달라거나 빼달라고 말했고, 일부 요구는 실제 자료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도 직접 불러 2018년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과 황 전 청장 경질 전후 과정도 조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판타지 소설 위해 숫자까지 조작”...김기현 의원, “엄청난 국기문란, 확실한 뒷배 있을 것”

국민의힘은 18일 문재인 정부 당시의 주요 국가 통계왜곡 정황과 관련, ‘중대한 범죄’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판타지 소설'이라고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의 통계청이 판타지 소설을 위해 숫자까지 조작했다”면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해 소득·고용·집값 등 주요 국가 통계를 자신들의 소설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판타지 소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통계청을 조종했다는 것은 나라를 좀먹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협했는지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이 개입해 국가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이런 범죄에 당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엄청난 국기문란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일개 수석이나 통계청장이 단독으로 감행할 수 없다. 확실한 뒷배가 있을 것임이 명약관화”라면서 “감사원은 사건 전모는 물론이고, 윗선의 압력까지 성역 없이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홍 전 수석이나 강 전 청장의 뒷배로 문 전 대통령이 존재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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