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적십자, "판문점 선언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남조선 태도 실망 금할 수 없어"
북송문제 처리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등에 영향 미칠 수 있다며 반협박성
통일부장관 "자유의사로 탈북"...탈북자들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국내 방송이 의혹 재점화시키고, 북한이 오히려 목소리 키워

북한이 탈북 여(女)종업원들을 송환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사자 13명이 동남아를 거쳐 국내에 입국하던 모습(왼쪽 사진)과 JTBC 방송화면(오른쪽 사진). [사진 통일부ㆍ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화면캡처]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집단탈출 여종업원들의 '기획탈북 의혹'을 거론하며 "우리 여성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대변인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마땅히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하여야 할 남조선 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내외 여론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남조선 당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유감을 넘어 실망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처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우리는 극악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인 괴뢰보수패당의 집단유인 납치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남조선 당국에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향후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면 집단탈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조건으로 이들 여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했으며 지난 1월 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의 2016년 4월 집단탈출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보도로 재점화시켰다. 당시 이규연 MC는 “한국 사회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 “탈북으로 보기 힘든 숱한 정황” 등의 표현을 활용하며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와 일부 여종업원들은 이들이 자의로 탈북한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배치된 의혹을 키웠다.

이같은 의혹이 재점화되며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현재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고 있다”며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으며, 19일에는 탈북민들이 직접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9일 열린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 기자회견

북한인권단체총연합은 "JTBC 같은 찌라시 방송의 '탈북여종업원들 기획탈북설'이 방영되면서 여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까지 '국정원에 의한 유인-납치'를 주장하고 있어 탈북민 북송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은 현대 사회 어느 국가의 지도자보다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폭군이며 독재자"라면서 "이들(탈북민)을 김정은의 손에 넘기는 것을 검토한다는 그 자체가 3만탈북민들에 대한 모독이며 인권침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는 공영방송 KBS가 '천안함 의혹'을 다시 재점화시켰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은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을 통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폭파됐다는 국방부의 최종보고서에 오류와 왜곡된 정보가 담겨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천안함 폭침이 국내 소행이라는 것이 '북한과의 화해무드를 깨고 있다'는 식의 일부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식당 종업원들 기획 탈북설' 또한 국내 방송이 '의혹’을 재점화시키고 북한이 오히려 국내 방송에 힘입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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