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일자리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미라코스타 칼리지에서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의 재선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다. 중간선거는 오는 8일 치러진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미라코스타 칼리지에서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의 재선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다. 중간선거는 오는 8일 치러진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에 대한 노동부 통계 발표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해 “오늘 일자리 보고서는 미국의 일자리가 여전히 강력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매달 새로운 일자리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내 10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26만 1천개, 전문가 전망치 상회

미국 노동부는 이날 10월 비농업 일자리가 26만1천 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9만3천 개를 크게 상회했다.

늘어난 일자리의 질도 좋다. 보건의료업 5만3천 개, 전문사무서비스업 4만3천 개, 제조업 3만2천 개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비농업 업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거푸 네 차례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밟는 등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은 튼튼하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9월의 31만5천 개보다는 증가폭이 다소 줄었고, 실업률은 다소 높아졌고 임금 상승폭도 약간 둔화했다

실업률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 시장 전망치 3.6%를 약간 웃돌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7% 각각 상승했다. 1년만에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5% 이하를 보였지만, 임금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연간 상승률이 3% 안팎에 불과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 0.4%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0.3%를 상회한 것으로, 주목할 대목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해 임금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낳는다.

파월 연준 의장, “미 노동시장 과열 여전, 금리인하 전환은 시기상조”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비해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 9월 현재 미국에서는 실업자 수보다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1.9배 더 많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노동시장이 과열됐다"고 평가하면서, 금리인하 전환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라고 못박은 바 있다. 파월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임금 상승률과 고용 증가세는 향후 미국인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전환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라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전환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리쇼어링’과 FDI, 올해 미국 내 35만개 일자리 창출... 3만 5천개 일자리 만든 한국(34개 기업)이 1위

미국 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은 해외로 나갔던 미국 및 외국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과 외국기업의 직접투자(FDI)’의 결과이다. 미국의 비영리 로비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리쇼어링과 FDI로 늘어날 새 일자리는 35만개로 추정된다. 이중 63%인 22만개가 리쇼어링 일자리이다. 나머지 13만개는 FDI에 의한 결과이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리쇼어링과 FDI를 통해 미국 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상위 10개국을 발표했는데, 한국이 3만 5403개(34개 기업)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베트남 2만 2500개, 일본 1만 4349개, 캐나다 1만 3671개, 독일 9855개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통과시킨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은 리쇼어링과 FDI를 압박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에게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반도체법’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냈다. 미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현대자동차와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대미 직접 투자를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명분 아래 리쇼어링과 FDI를 압박한 결과 양질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선진국의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지역으로 오프쇼어링했던 현상과 대조적이다. 현재의 리쇼어링과 FDI는 첨단분야의 고임금 일자리들을 미국으로 몰고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미국 내 ‘구인난’ 고착화...한국 청년들의 삼성전자 취직은 더욱 어려워져

미국 내에서 구인난이 지속되는 것은 리쇼어링에 의해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미국인들은 더 좋은 직장으로 이동하거나 취업을 미루면서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았졌고, 이로 인해 기업은 인재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애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채용 안내문을 붙이는 직원. [사진=연합뉴스]
미국 마이애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채용 안내문을 붙이는 직원.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미국 내 리쇼어링과 FDI의 활성화는 앞으로 한국의 청년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취업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그 증가폭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월 취업자는 2천838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70만7천명 증가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월 93만5천명에서 6월 84만1천명, 7월 82만6천명, 8월 80만7천명으로 지속적인 둔화세이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더욱이 증가하는 취업자 수에서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부 예산으로 만든 임시직이 취업자 수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구인난이 심화될수록, 한국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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