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방통행 조치’를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던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마약 수사를 위해서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같은 김어준의 주장은 이태원 참사 원인을 둘러싼 ‘신종 음모론’이라고 볼 수 있다. 친문의 선봉에 섰던 김씨 입장에서는 친문계는 물론 친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3일 TBS 라디오에서 '이태원 참사에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사범 검거를 치적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안전대책 수립이 뒤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3일 TBS 라디오에서 '이태원 참사에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사범 검거를 치적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안전대책 수립이 뒤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김어준, “마약범 검거 실적 올리려고 외부 노출 쉬운 기동대 배치 안해” 주장

3일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새벽 4시경에 있었던 소방서장의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마약 관련해서 사고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발언하며, 이런 의혹 제기를 했다. 전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연이틀 ‘마약과의 전쟁’을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거론했다.

김씨는 “압사 사고인데 왜 뜬금없이 마약 관련 질문을 하느냐? 당시 이태원은 마약 단속 사복 경찰들이 대거 투입돼 있었고, 일부 기자들은 단속반과 동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이런 대규모 마약 단속이 그날 계획됐느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3일 갑자기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하더니, 며칠 후 경찰의 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마약사범이 연소화되고 초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미래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주십시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마약사범 검거를 치적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안전대책 수립이 뒤로 밀린 거 아니냐, 그게 이 사태의 출발 아니냐”며 “그리고 그렇게 우선순위를 바꾸게 한 당사자는 대통령 아니냐”고 윤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지시로 경찰이 마약사범 현장검거 실적을 위해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면서, 경찰의 외부노출이 쉬운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 “마약과의 전쟁, 검찰이 게임령 정국으로 끌고가려는 것”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김씨는 전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장관을 겨냥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황운하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이태원 사고) 전체를 통털어서 가장 이상한 대목이 어디냐?”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황 의원은 “왜 사고 현장에 혼잡경비를 담당하는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는지”라고 대답했다.

경찰청장 출신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마약이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을 벌일 정도의 상황이냐?'면서,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경찰청장 출신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마약이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을 벌일 정도의 상황이냐?'면서,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황 의원은 사고의 근본 원인에 대해 “정권이 바뀐 뒤에, 경찰이 사람의 안전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좀 부족한 거 아닌가?”라고 짚었고, 이에 김씨는 “우선순위가 바뀐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황 의원은 윤 대통령이 원전을 얘기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건 관료적 사고다”라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며, “안전우선 사고를 버리라고 한 대통령의 발언이 공직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연이어 “기동대만 배치했어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김씨는 “의아한 것 중에 하나가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 79명이 투입됐다는 것”이라며 “경찰 혼자 판단하진 않았을 것 아니냐. 마침 대검에서 불과 그 2주 전에 마약과의 전쟁을 한동훈 장관이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 장관의 발언 때문에 경찰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황 의원은 심지어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며, “마약이 지금 확산 기미가 보이는 건 틀림없지만, 그 정도 상황이냐?”고 반문했다. 연이어 강한 어조로 “공안통치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와의 전쟁에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사실상 계엄령 분위기로 정국을 끌고 갈려는 것”이라고 했다.

팩트체크= 이태원 사고 당일 마약단속은 경찰 단독...검찰과 수사공조 없어

하지만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사고 당일 경찰의 이태원 마약단속은 경찰 단독적으로 이뤄진 수사였고, 검찰과 수사공조도 없었다. 실제 법무부에서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마약집중 단속·수사 보도자료에도 관계부처에 경찰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김씨는 2일에 이어 3일 방송에서도 마약 전쟁의 배후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함께 거론했다. 2일에는 한 장관에 방점을 뒀다면, 3일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의 마약 단속이 검찰과의 공조 없이 경찰 단독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어제 발언을 정정하는 대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김씨는 3일 방송에 출연한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해 “기동대가 왜 배치되지 않았는가, 여기에 핵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대통령이 며칠 전에 언급했던 마약과의 전쟁,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은) 거기에 보조를 맞춘 인력 투입인 것 같은데”라며 “당연히 사방팔방에 경찰들이 경광봉 들고 막 골목마다 서 있으면 사법 경찰이 의도한 마약사범 검거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한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마약범죄 수사와 관련해 '사복 경찰들이 충분히 본연의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한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마약범죄 수사와 관련해 '사복 경찰들이 충분히 본연의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사법 경찰들이야 충분히 본연의 업무를 하는 것이니까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씨는 “저는 여기(마약범죄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어준의 억지논리= 경찰, 마약 단속하려고 질서 유지 위한 기동대 배치 안해

김씨의 주장은 “경찰의 임무 중에 은밀하게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도 있고 공개적으로 질서를 유지해야 되는 임무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그날 충돌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이어졌다. 연이어 “경찰 수뇌부가 한쪽을 선택한 것 아니냐. 이렇게 이 사안을 바라봐야 이해가 그나마 되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 현장 질서 정리를 책임져야 할 기동대가 배치 되지 않은 것이 윤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지시로 경찰이 시민안전을 포기하고 마약단속 실적을 택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경찰청 자료와 이태원 상인연합회 입장은 김어준 주장과 전혀 달라

그러나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 문건상에 나타나는 기동대 미배치 사유는 김씨의 의혹제기와 다르다.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내용’에는 상인연합회가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하여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상인연합회측은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경찰차가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으니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연합회의 입장과 경찰측 입장이 다른 면이 있지만, 김어준씨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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