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급물살 타자 민주당은 분열 조짐...‘음모론’, ‘이재명 비판론’ 등 난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의 대선자금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당 내부가 술렁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며 단일 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25일 오전 민주당 상임고문단은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상임고문단은 ‘당 전체가 위기라고 판단’하며, 민주당 압수수색과 관련한 야당 탄압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탄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상임고문단은 음모론 제기, “민주당 궤멸 통한 정치 지형 재편 노려”

김원기·임채정·문희상·이해찬·정동영·이용득·박병석 등 7명의 고문은 이 대표에게 “국민과 함께해 정부의 야당 탄압과 부당한 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 국민 여론과 지지를 얻어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고문단은 간담회에서 “정부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집권 초기에 민주당을 궤멸시켜 정치 지형을 재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안 대변인은 전했다. 상임고문단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도 이회창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선 자금 문제가 있었음에도 크게 문제 되지 않고 넘겨왔던 것을 언급하며, 집권 초기에 민주당을 궤멸시켜서 일종의 정치지형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해법으로는 “당원이나 의원들이 비장하고 절실한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한목소리를 내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안 대변인이 전했다.

상임고문 7명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당의 위기’를 규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임고문단들이 내건 해법도 ‘민주당의 단합’이지만, 내부의 균열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 “특정인 지키기 위한 단일 대오엔 동의 못해” VS. 김남국 의원, “내부 분열 조장하는 기회주의 정치”

원외 인사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24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내부 결속을 강조한 당 지도부를 향해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단일 대오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며 공식적인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의 퇴진 주장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최고위원을 비난하고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SNS에서 “동지의 결백보다 검찰의 수사를 더 신뢰하는 듯한 언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당내 분란을 초래할 언동을 부디 자중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친이재명계이자 당 미래사무부총장인 김남국 의원은 SNS에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눈을 감고 내부의 분열만 조장하는 ‘기회주의적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3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최고위원의 글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검찰 독재와 신공안정국에 맞서 모두가 일치단결하고 싸워서 이겨내야 할 때”라며,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익명의 민주당 중진, “수사 진행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 커질 수 있어”

하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인터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와 사석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다르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은 지난 23일 ‘민주당이 이 대표와 측근들을 당 차원에서 방어하는 모양새가 옳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이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한 초선 의원은 경향신문 기자에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켜야 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진 의원도 “당 차원에서 당 대표 주변의 의혹들에 보다 냉정하게 대응했어야 하는데 이미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된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며 “수사 진행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당 분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라며,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는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수사 상황에 따라서, 분위기는 급반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발언을 뒷받침할 물증이 나올 경우,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은 물론 상당한 멘붕이 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측근 정성호 의원, “김용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 배제 못해”

이런 가운데, 김용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김 부원장 개인 비리 차원의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24일 전파를 탄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결국 '이 대표를 소환하지 않겠나'하는 예상을 해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게 정치자금, 돈의 흐름인데 돈의 구체적 흐름과 관련해선 아무런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 대표에 대해 매우 적대적 감정을 가진 유동규 씨 등 관련자들의 일방적 진술과 주장 외에 다른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실제로 의원들 사이 핵심그룹 안에서도 그런 문제가 논의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재명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다 잘 알고 있고, 늘 '부패 지옥·청렴 천국'을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인데, 김용이 돈을 받았다는 걸 상상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진실은 하나님만이 알겠지만 김용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의 35년 지기인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상당한 파문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원의 발언은 곧 이 대표의 심중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다.

정 의원은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 ‘어떤 이유에선지 이 대표에 대해 매우 적대적 감정을 가졌다’고 했지만, 유 본부장은 ‘이 대표가 자신을 측근이 아니라고 부정’한 데 대해 상당한 배신감과 섭섭함을 가졌다고 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대표를 겨냥한 진술을 줄줄이 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정 의원이 ‘김용 부원장의 개인비리’ 가능성을 언급한 이 발언은, 김용 부원장의 변심을 불러올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