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금리 예‧적금으로 몰리는 유동성, 152조원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커져
은행권 고금리 예‧적금으로 몰리는 유동성, 152조원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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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위험이 커지자, 위험 자산인 회사채 대신 안전 자산인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경색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을 은행권이 급격히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5%대 고금리 예금상품 등장, 저축은행은 6.5%까지 치솟아

금융권의 현금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권에서 5%대 예금 상품이 등장하자, 저축은행권에서도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예금 금리를 연이어 올림에 따라 최고금리가 연 6.5%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예금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모바일 앱이 마비되고 영업점에는 대기줄이 늘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만기일시지급식)' 최고금리는 연 5.10%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금리가 공시된 정기예금(12개월) 상품 40개 중 16개 상품이 4% 이상의 최고금리를 제공한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달 말 4%대에 올라선 지 한 달 만에 4% 후반대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의 자금조달 필요성 확대로, 5대 은행의 예금 금리도 연내 5%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전북은행 외 다른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5%대를 넘보고 있다.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4.95%이며, SH수협은행 'Sh평생주거래우대예금(만기일시지급식)'은 최고 연 4.90%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어 DGB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 연 4.85%, SH수협은행 '헤이(Hey)정기예금' 연 4.80%,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스탠다드차타드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연 4.70% 순이다.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이 최고 연 4.67%로 가장 높다. 이어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4.60%,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4.39%다.

은행으로 자금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 심해져

예금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는 심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30조원 이상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60조5044억원으로 전월보다 30조6838억원이 증가했으며 정기적금은 39조3097억원으로 5869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으로 2금융권의 자금이 이동함에 따라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중·소규모 저축은행과 건설사 등의 경영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향후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고금리 정기예금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자금의 연쇄 이동으로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기관의 예금 조달 여건이 악화한다면 금융 안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PF 차환 실패...저축은행 고금리 경쟁 격화도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기업투자를 위험하다고 인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며 15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일부에서 부실 위험이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부하자,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신용도가 국채에 준하는 지자체 보증마저 무너지자 사기업 돈줄이 마른 것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이 보증한 사업비 7천억원을 상환할 방침이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이 보증한 사업비 7천억원을 상환할 방침이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의 PF가 차환에 실패하며 현대건설 등 4곳의 건설사로 구성된 시공사업단이 7000억원 규모 사업비를 떠안게 됐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자체 보유한 자금으로 이 같은 사태에 대처할 수 있지만, 중·소규모 건설사의 경우 한 번의 PF 실패만으로도 도산할 위험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역시 금리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고 금리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저축은행은 제2금융권인 만큼,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보다 수신금리를 최소 1% 포인트 이상 높여야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5%에 육박하자,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를 6%대까지 올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권 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영업지점 앞에 대기줄이 생기는 '오픈런'이 일거나, 모바일 앱이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접속자 폭주.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화면 캡처]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접속자 폭주.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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