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일대가 대규모 집회로 일부 구간 교통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세종대로에서는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렸고, 시청역 앞에서는 '전국집중 촛불 집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일대가 대규모 집회로 일부 구간 교통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세종대로에서는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렸고, 시청역 앞에서는 '전국집중 촛불 집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주말인 22일 서울 광화문, 용산 등 시내에서는 밤늦게까지 보수와 진보 단체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맞섰다.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양측은 판이하게 다른 주장을 펴면서 세대결을 벌였다.

22일 대규모 도심시위...보수 단체 “이재명, 문재인 구속하라” VS. 진보 단체, “윤석열 퇴진하라”

보수 단체들은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의혹 조작사건의 책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불법대선자금 주범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진보 단체들은 “정치 보복과 거짓말을 일삼은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하고 상습사기 김건희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까지 구간 중 세종대로 서쪽 방향 차로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참가인원은 오후 5시 기준 경찰 추산 3만3천 명, 주최 측 추산 15만 명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 단체는 오후 4시부터 숭례문 교차로부터 태평로 교차로까지 세종대로 동쪽 방향 차로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오후 6시 기준 경찰 추산 2만 명, 주최 측 추산 50만 명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 측은 오후 6시 50분부터 용산 대통령실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지만, 오후 7시 50분께 남영동 사거리에 도달했을 때 자진 해산했다. 목표 지점이었던 삼각지역 일대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여전히 집회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고 주최 측이 조기 해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촛불집회를 알리는 촛불전환행동 페이스북 내용. [사진=촛불전환행동 페이스북 캡처]
22일 촛불집회  개최를 안내하는 촛불전환행동 페이스북 내용. [사진=촛불전환행동 페이스북 캡처]

신자유연대 등 보수 단체 회원 400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 모여 집회를 계속했다. 촛불전환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삼각지 파출소까지 행진할 경우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보수 단체의 문재인과 이재명 구속 요구= 22일 집행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연관된 주장

양측은 왜 이처럼 늦게까지 강경한 주장을 펴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을까?

보수 단체의 주장은 이날 새벽에 법원이 발부한 두 건의 구속영장과 맞물려 있다.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내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 전반을 겨냥한 이번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공무원 월북 의혹 조작사건의 핵심 인물인 서울 전 국방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 나온 첫 번째 이전 정부 장관급 인사 구속이다.

검찰은 이들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후 불태워진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몰이'에 가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의혹이 사실일 경우 법리상 국가안보의 수장인 문 전 대통령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또 다른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오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8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이다. 김 부원장은 지난 대선 캠프 실무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보수 단체들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구속수사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검찰이 이날 구속한 인물들의 최종 배후를 구속하라는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진보 단체들의 윤석열 퇴진 요구= 지난 4월에 결정된 ‘검찰 파시즘 체제’ 퇴진 운동 일환

하지만 진보 단체들이 돌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법원이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게 없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일종의 ‘맞불작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수 단체들이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퇴진이라는 극단적 카드 이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이날 진보단체 시위를 주도한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전부터 ‘윤석열 퇴진’이라는 입장을 정립한 단체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과와는 무관하게 퇴진 운동을 벌인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시기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교수는 지난 4월 19일 출범식에서 '검찰 파시즘 체제 퇴진 운동을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지난 4월 19일 출범식에서 '검찰 파시즘 체제 퇴진 운동'을 촉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지난 4월 19일 출범한 단체이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에서 명칭을 변경하고 상설조직으로 바꿨다. 이날 저녁 7시 서울 홍대 입구 다리 소극장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상임대표를 맡은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출범선언문에는 이 단체의 ‘정치적 극단주의’가 잘 드러나 있다.

선언문은 “21세기 한국 민주주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촛불혁명은 우리의 포기할 수 없는 임무입니다”면서 “2016년 광화문 촛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적폐정권을 퇴출시켰고 2019년 서초동 촛불은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타올랐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2022년 대선은 정치검찰의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한 촛불항쟁의 과정이었습니다. 촛불혁명 제1차 3단계였습니다. 대선 결과 검찰 파시즘 체제가 도래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새로운 미래를 향한 혁명적 대응이 절실해진 상황이 되었습니다”면서 “3단계로 이어졌던 제1차 촛불혁명은 종료되었으며 이제 제2차 촛불혁명의 막이 올랐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개월 전부터 퇴진 운동 기획, 22일 대규모 시위에서 정치적 극단주의 실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승리한 지난 대선 결과를 ‘검찰 파시즘 체제’라고 낙인찍고, 시민들의 저항과 혁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예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하기 1개월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던 셈이다.

즉 시위를 주도했던 촛불승리전환행동은 민주적 투표를 통해 선출된 정권이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애당초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정치적 이념이 다른 집단은 무조건 타도 대상으로 결정하는 정치적 극단주의를 22일 대규모 시위를 통해 실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