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수지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2년부터 5년간 해마다 흑자를 내던 건강보험 수지가 내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진료비가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와 급격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빨간불이 켜졌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문재인 케어와 급격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건보 진료비, 올 상반기 처음으로 50조원 넘어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보 진료비는 50조845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건보 진료비가 50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 31조1255억원이던 상반기 건보 진료비가, 2017년에는 33조9858억원, 2018년 36조7803억원, 2019년 41조9830억원, 2020년 42조3098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44조8823억원이던 상반기 건보 진료비는 올해 5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적용되기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60.9%나(?) 증가한 셈이다.

문재인 케어는 2018년부터 시행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을 말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려는 취지로 시행됐다.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급여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며, 국정과제에 건보 지출 합리화를 포함했다.

이처럼 건보 진료비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건보 수지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흑자로 예상되는 건보 수지는 내년이면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PG). [일러스트=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PG). [일러스트=연합뉴스]

건보 수지 악화 원인 1= 급격한 고령화, 건보진료비 중 65세 이상 비중 42.9%

이처럼 건보 수지가 악화하는 이유는 문재인 케어와 급격한 고령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령화로 인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투입되는 건보 진료비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65세 이상에게 들어간 건보 진료비는 21조4717억원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건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처음으로 40%를 넘겼다.

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면서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타가는 노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도를 통해서 개선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해당한다. 출산율을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보 수지 악화 원인 2= MRI 급여화 등으로 도덕적 해이 초래

반면 문재인 케어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이 각종 검사를 지원하다 보니. 의료 과소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가 1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의사들은 환자에게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검사를 ‘수가가 높다’는 이유로 권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 과소비에 과잉진료가 가세해 건강보험 재원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로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등이 급여화돼 과잉 진료 문제가 발생했다며 과다 이용의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공단 역시 지난 13일 국정감사 업무 보고 자료에서 “초음파·MRI 등 기(旣)급여항목 지출 모니터링 및 급여 기준 개선 지원 등으로 지출관리를 강화하고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면 2028년 건보 적립금 고갈

이대로면 6년 뒤인 202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병·의원 진료가 감소한 탓에 2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흑자 규모가 급감하면서 내년에는 적자로 전환된다. 따라서 2028년엔 8조9000억원의 적자가 우려된다.

이렇게 적자가 지속되면, 지난해 말 기준 20조2400억원에 달했던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8년이면 소진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에 처음으로 7%대가 될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은 매년 상승해, 이르면 2027년에는 법정 상한선인 8%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일반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인상보다는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케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케어에서 드러난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5년간 문재인 케어 총 지출액은 18조 5963억원...상급병실 급여화 등 문제점 개선해야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연도별 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2·3인실 사용에 혜택을 주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017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문재인 케어 총 지출액은 18조5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선택 진료 폐지, 상급 병실 급여화, 간호 간병 병상 확대 등 '3대 비급여 해소' 정책에는 4조6933억원이 지급됐다.

문재인 케어가 도입되던 초기, 국민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케어’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2021년 4년간 2·3인 상급병실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한 금액이 7855억원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저소득층에 고액의 의료비 50~80%를 3000만원 한도로 국가가 보조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은 33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2·3인실 사용료 혜택을 주지 않았으나, 2018년부터 30~50%만 본인이 부담하면 나머지는 건보가 적용됐다. 이 혜택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상급병실을 사용한 것이다.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급병실 이용료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면서, 건강보험 적자가 누적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케어가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층 등의 의료비 경감 혜택이 적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크게 악화되고 국민들 보험료 인상 부담이 커졌다"면서 "일부 의료비 경감은 '줬다 빼앗은 것에 불과하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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