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인도에 손을 내민 것은 원조국을 다양화하려는 북한의 시도...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는 성향 보여”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상무관과 다른 관리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곡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ICIB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상무관과 다른 관리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곡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ICIB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선박 관계자들에게 배포된 선박 수배 공고문을 통해 북한이 인도산 쌀 1만 톤의 수입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도에 직접 쌀 지원을 요청한 것은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며 원조국을 다양화하려는 북한의 시도라고 분석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31일 VOA에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식량 원조를 해 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인도의 경제 기관을 직접 찾아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은 식량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은 농부들조차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또한 “북한이 인도에 손을 내민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지지하는 쪽으로 어느 정도 (북한과)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정치적, 국제적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도 인도처럼 비교적 자신들에 우호적인 나라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은 베트남에도 수개월 전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인도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진 쌀 1만 톤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기근 당시 지원받은 50만 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인 만큼 식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분명히 추가 요청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인도에 쌀 지원을 요청한 것은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비공식적 지원과 자체적 노력만으로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례적으로 인도에 손을 내민 것은 원조국을 다양화하려는 북한의 시도”라고 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집중해 있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여왔다”고 했다.

그는 “지속적인 북한의 식량 문제는 기후나 다른 상황 때문이 아닌 정권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대북지원에 대한 지원단체들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북한에서 지원 활동을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 만프릿 싱 소장은 지난 30일 VOA에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쌀 기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북한)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홍수가 농작물 대부분을 파괴한 상황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16년 연속 유엔의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지목됐다. 통일부는 지난 29일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80만 톤으로 추정하면서 올해도 식량 사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미 중앙정보국도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2개월에서 3개월치 식량에 해당하는 약 86만 톤으로 추산했다.

한편 북한은 7월 한 달 동안 중국으로부터 515만 5500달러어치, 약 1만 톤의 정미를 수입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VOA는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세부 무역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이 유입한 1만 톤의 정미는 모두 랴오닝성에서 수입했으며, 수입형태는 ‘국경무역’이었다며 북한이 중국에서 쌀을 들여올 대 육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국경무역’은 항공기나 선박이 아닌 육로로 국경을 넘는 형태의 거래다. 7월에 랴오닝성을 통한 ‘국경무역’은 쌀 거래가 유일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