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9월 9일로 만료되므로, 약 10일간의 기간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검찰과 경찰이 이 대표와 가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사건은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도박·성매매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사용 등 총 7건에 달한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재명 대표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성남지청 송치

이중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는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성남시를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 준 것”이라고 발언한 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0일 국토교통위가 실시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2016년 해당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전체 임대 아파트 건립 계획이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 노조, 이재명의 ‘국토부 협박’ 발언에 유감 표명

당시 국토부 노조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가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 준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토부의 정당한 업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0일 국토교통위가 실시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사진=SBS 캡처]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0일 국토교통위가 실시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사진=SBS 캡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성남시가 용도 변경에 선을 긋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사실이 공문으로 확인됐다”며 같은 달 27일 이 대표의 ‘국토부 협박’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약 10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이 대표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26일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이 대표 측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민주당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이 대표의 서면 답변만 받았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백현동 특혜 의혹’이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알려진 29일은 이 대표의 취임 첫날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은 거셌다.

경찰,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

이 대표는 30일 모 언론에 보낸 SNS답변에서 “당시 공무원들이 국토부로부터 실제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고, 이를 취재했던 기자도 있는데, 기소를 강행한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의 취임 첫날 곧바로 조여 오는 사정의 칼날에 담긴 정치적 목적이 섬뜩하다”며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도 없었다. 경찰의 요청에 이재명 대표가 서면 답변한 것 외에 관계자 조사조차 안 했다. 요식만 갖춘 수사였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 같은 비난에 경찰의 고위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수사했다”며 “필요한 조사와 증거를 수집하는 등 충실히 수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허위사실공표 외에 이 대표의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배임) 의혹 등에 대한 본 사건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 주목되는 이유는, 경찰이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 혐의가 ‘직권남용이나 비위혐의’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직권남용 대신 ‘공직자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백현동 특혜와 관련된 수사가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는 이와 관련 “지자체장 시절에 특혜를 줬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착각하기 쉬운 기사 제목인데. 그와 관련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선거법이다”라며 본인이 보기에는 작전을 바꿨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직자로 직권 남용에 주력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방향 선회를 한 게 아닌가?”라는 주장이었다.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그동안 제기된 것과 달리 ‘허위사실공표’라며 “직권 남용에 주력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그동안 제기된 것과 달리 ‘허위사실공표’라며 “직권 남용에 주력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도 대선 패배한 이 대표에 영향 못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만약 이 대표가 이 건으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이 대표에게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이는 해당 선거에만 해당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형이 확정된다 해도 그의 현재 국회의원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경찰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서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배임) 의혹’ 등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시행사의 로비를 담당한 인물로 알려진 김 모씨가 누구에게 로비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뇌물이 오갔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에 쫓겨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허위사실공표만으로 검찰에 넘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백현동 특혜 의혹 전체에 대해 경찰이 깔끔하게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이 거론된다.

백현동 특혜 의혹 수사 향배는 유동적

일각에서는 ‘경찰과 윤석열 정부 간의 갈등’이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으로도 지적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된 본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지휘 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배임 의혹 등을 둘러싼 백현동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경찰 수사 역량의 한계로 백현동의 본질이 파헤쳐지지 않을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소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