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과 다른 계획을 발표,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공약을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진=MBN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공약을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진=MBN 캡처]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의 발표대로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시작해도, 윤 대통령 임기 내에는 첫 삽을 뜨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수립...윤 대통령 임기 내 첫 삽 뜨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것에는 크게 미흡한 것이라며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전진단 완화나 용적률 상한 등 구체적인 조치를 기대했던 주민들은 30년 된 아파트에서 언제까지 참고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에서는 "이용당했다"며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때는 당장이라도 재건축을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선거가 끝나니 딴 소리를 한다"며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24년) 총선에서 다시 1기 신도시를 상대로 '표팔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격앙된 분위기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하락함에 따라 1기 신도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8.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분당 집값은 0.07% 떨어졌고, 일산은 0.05%, 평촌은 0.15%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공약 파기”라는 반응이다.

8.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MBN 캡처]
8.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MBN 캡처]

한덕수 총리 해명이 성난 1기 신도시 민심에 기름 부어

이처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한 총리의 이날 발언 중 "전체 맥락에서 볼 때 어느 정도 국민들께서 좀 더 이해를 잘 해 주실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해명하는 것도 아닌, ‘맥락 없는 발언’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인수위원회에서부터 부동산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에 있어서 무리한 것은 고치고 간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으로 계속 정해져 있고 쭉 검토를 해 왔다"고 밝혀 ‘설상가상’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무리한 것은 고치고 간다는 기본원칙'이라는 표현이 '1기 신도시 신속 재정비 공약이 무리한 공약이었다'는 의미인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자, 총리실은 이날 저녁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한 총리의 '무리한 것은 고치고 간다는 기본원칙' 발언은 새 정부 정책의 기본 원칙을 밝힌 것으로,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또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30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논의를 시작하고 마스터플랜에서 다뤄야 할 과제를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경제수석, “마스터플랜 작성 1년 6개월은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 주장

한 총리의 라디오 발언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 수석은 "통상 신도시같이 도시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통상적"이라며 "1년 6개월 정도 마스터플랜이 소요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4년 6월 총선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대통령의 약속대로 최대한 빠른 속도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 지사, “국민을 무시하는 사실상의 공약 파기” 규정

정부와 국무총리실 및 대통령실의 엇박자를 틈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통령 공약을 이렇게 쉽게 파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정부와는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진=김동연 페이스북 캡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정부와는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진=김동연 페이스북 캡처]

김 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1기 신도시 정주환경 개선을 2기 및 3기 신도시에 비해 상당히 후순위로 미뤘다"며 "이는 사실상의 공약 파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자족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경기도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에 살고 계시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며 "대선공약을 이렇게 쉽게 폐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 “경기도 차원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 연말까지 수립” 공언

김 지사는 민주당과 함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정부와는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지사의 입장은 ‘국민의 기본권인 도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은 도지사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것으로, "그 책임을 방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기 신도시 노후화 실태 파악 ▶문제 해결을 위한 TF 설치 ▶국회 협력을 통해 용적률 등 건축규제 완화와 핵심 기반시설 확충 지원을 위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도내 주택 노후화 전반에 대한 실태 파악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TF는 20여명 규모로 도시주택실장과 민간전문가가 공동단장을 맡아 ▲ 용적률 완화 등 재정비 방안 ▲ 스마트모빌리티 적용방안 ▲ 집값·교통 등 신도시 재정비에 따른 문제점 및 완화방안 등을 논의해 재정비 방향을 정립하게 된다.

경기도는 지난 8일 1기 신도시 현황 파악과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을 위한 종합용역을 시작했으며, 오는 12월 7일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 지사가 1기 신도시 민심의 희망사항을 실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대선을 꿈꾸는 김 지사가 윤 대통령을 겨냥한 ‘틈새공격’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