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매수자가 올해 들어 2012년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해 모두 '하우스 푸어' 위기감이 고조된 때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하우스 푸어'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출에 따른 과다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를 일컫는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을 구매한 매수인은 16만8천713명이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을 사들인 사람이 2012년(16만1천744명) 이후 10년 만에 최소이자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것이다.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인이 역대 최대로 적었을 때는 2012년으로 하우스 푸어 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시기다. 당시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5∼6%대로 치솟아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한 급여 생활자들이 원리금 부담에 고통을 겪던 때다. 금융당국은 이듬해인 2013년 하우스 푸어 구제 대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상반기 기준 생애 최초 집합건물 매수인은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28만4천81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16만8천713명)는 지난해보다 무려 40% 넘게 급감한 것이다.

이처럼 추세가 1년 새 완전히 뒤집어진 것은 대출과 금리, 집값 상승 기대 심리 등 모든 측면에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우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한 대출 규제가 올해부터 더욱 강화되고 기준금리는 지난 13일 0.50%p 올라 총 1.75%p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평균 주담대 금리가 지난 5월 말 기준 연 3.90%, 신규 주담대 금리가 연 4.7~4.8%"이라며 "한국은행의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으로 올해 하반기에 금리가 더 오르면 연 5%를 곧 넘을 것"이라 전망했다.

집값 고공행진에 따른 상승 기대감이 꺾인 것도 주택 매수세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을 급격한 금리 인상의 시대에 부담하긴 싫은 심리가 확산되는 걸로 해석된다.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집합건물을 매수한 후 1년 이내에 되파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전국 집합건물을 보유기간 1년 이내에 매도한 매도인 비율은 9.92%로 집계됐다. 10명 중 1명은 부동산을 매수한 이후 초단기인 1년 안에 처분한 셈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3·4분기 7.16%에서 같은 해 4·4분기 7.48%, 올해 1·4분기 8.49%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직방은 "직전분기 대비 주택담보대출액 증감액 추이를 볼 때 2020년 3·4분기 이후 대출액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면서 "당시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 끼고 구입했던 투자목적의 집합건물들은 최근 단기 급등한 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처분 압박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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