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나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1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권리당원 자격이 안 돼 8.28 전당대회에 후보로 등록한다고 하더라도 반려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차피 실효성 없는 정치 행위를 선언한 셈이다. 이같은 박 전 위원장의 좌충우돌식 행보는 민주당을 궁지에 몰고 있다. 그는 더 잃을 게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수록 이재명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소통관도 못 빌려 기자회견장 두 차례 변경...민주당을 궁지에 모는 좌충우돌 행보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YTN에서 "가장 큰 책임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재명 의원을 인천 계양에 공천을 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시 대선후보였던 분을 이제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아직까지도 조금 많이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박 전 위원장은 '저를 장식품으로 앉혀놓은 것인지 이재명 의원이 응답하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의원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에서 ‘이재명 전담 저격수’로 돌아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당대표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대표 출마가 좌절되더라도 자신에 대한 주목도를 다시 한번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박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 장소는 2차례나 변경돼 오전 9시반 경 국회 정문 앞 야외에서 진행됐다. 당내 우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26세의 젊은 정치인이 그렇게까지 억지를 부리는 데 대한 평가인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은 당초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기로 했지만, 소통관을 대여해줄 국회의원이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소통관은 현직 국회의원만 대관 예약이 가능한데다 빌린 의원이 배석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박 전 위원장의 요청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에는 소통관 대여를 수락했던 의원들 중에서도, 같이 서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이재명에게 ‘당대표 출마 조건’ 변경 요구...민주당을 ‘성범죄당’으로 규정하는 초강수 둬

이에 박 전 위원장 측은 소통관에서 분수대로 기자회견 장소를 변경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회 경내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하다’는 규정에 따라 취소됐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국회 정문 앞인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 보도블럭 위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으로,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면서 "대표가 되면 조국(전 법무장관)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성범죄당으로 규정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공식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전 위원장의 후보등록은 반려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권리당원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격을 논의한 결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반려 명분이 충분치 않아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재명 의원을 소환했다. 당이 자신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 의원이 답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저를 빼고 '어대명' 선거를 하는 것이 당을 혁신하고 다음 총선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정말로 믿고 있는지 말해 달라"며 "이재명 의원께서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제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의원이 총대를 메고 ‘당 대표 출마조건’ 변경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재명은 ‘당대표 출마조건’ 결정 권한 없는데...박지현은 ‘결자해지’ 압박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직이나 공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의원의 선대위에 합류했지만, 공식 입당은 한 달여 후인 2월 중순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무위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비대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이 출마 자격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조건’ 결정 권한도 없는 이재명 의원에게 답을 요구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박 전 위원장이 이재명 의원에 답을 요구하며 올린 SNS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성하고 혁신하자는 저의 주장에 침묵했거나 반대한 분들은 지금 대거 당대표 선거에 나왔고, 민주당을 위해 반성과 혁신을 외친 저만큼은 정무적 판단 규정이 있음에도 무조건 안 된다며 막아서고 있다”며 당을 향해 “이것이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한 정당이 취할 바람직한 태도인지 말씀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요구는 이재명 의원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을 혁신하기 위해 자신을 데려왔고 쇄신하라며 비대위원장까지 맡긴 사람이 이재명 의원이니, 지금의 상황도 외면하지 말고 나서서 결자해지하라는 요구라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의원 중에서는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에 앉힌 이재명 의원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이 나서서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동정론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박지현은 정치인 아냐, 어쩌다 제1야당 대표 된 것”...민주당 내 이전투구 격화될 듯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에 출연,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에 출연,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연일 자신을 공격하며 자신을 겨냥하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이재명 의원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요구에 대한 답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의원을 대신해 내놓았다. 친이재명계의 좌장으로 꼽히는 정 의원은 한마디로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N번방의 실체를 추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제1 야당의 당대표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의 역할과 책임,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는 건지를 잘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방식으로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이 됐던 박 전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가고 있는 민주당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전당대회를 거쳐서 당대표를 뽑는 과정에 자격이 없다고 규정됐으면 그건 따라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들어오는 데 어떤 역할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실체를 잘 모르겠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그걸 가지고 이재명 의원한테 당신이 책임져라. 당신의 의견을 얘기해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박 전 위원장의 영입과 관련해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심정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에서 자격이 없다고 당헌해석상 규정을 한 데 대해 그걸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 의원은 연이어 “오늘의 박지현, 정치인 박지현을 만든 사람은 민주당이다. 본인을 만들어 줬던 민주당과 등지면서 가는 길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 의원은 발언에 이 의원의 심정이 투영됐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장식품으로 앉혀놓은 것인지 이재명 의원이 응답하라’고 한 데 대해, 정 의원이 직설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박지현의 당대표 출마 강행 사태로 인해 민주당 내 이전투구는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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