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칼럼] 언론, 분노 산업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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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6.27 10:00:14
  • 최종수정 2022.06.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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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도래,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뉴스의 시대
뉴미디어만의 문제 아니라 기성 언론의 문제
가짜뉴스 가려내는 노력 계속될 것, 미디어 리터러시의 증대 노력 필요
이인철 객원칼럼니스트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과 의사를 찾아가 낫을 휘두른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누적된 상황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축적된 분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한(恨)의 사회를 만든다.

미디어 환경 측면에서는 분노를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진실을 확인하기 보다는 의혹을 만들어 내고 시선을 끄는 화제의 사건을 만들어서 독자를 확보하는데 분노보다 좋은 소재는 없다. 근거없는 분노는 인터넷 시대에 극성이다. SNS 시대의 편파적인 정보의 범람은 필터 버블 현상을 극대화하며 편향된 정보에 갇히게 되어서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빠지게 되면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다.

저널리즘의 책무는 일차적으로 진실에 대한 것이다. 빌 코바치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저널리즘의 일차적인 목적은 시민들이 자유로울 수 있게 하고, 그들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했다. 저널리즘의 첫 번째 임무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기사 소재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여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제작 시스템을 갖추었을 때에 그것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뉴스의 진실 가치보다는 공정성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한다. 공정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된 21세기 이래로 언론은 공정성을 기준으로 보도의 잘잘못을 논하는 풍토다. 문제는 양극화된 사회 상황에서 너의 공정과 나의 공정이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공정성 시비는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가 가짜뉴스여서 불공정하다는 주장으로 전개된다. 내용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사안의 유불리에 따라서 공정성 논의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객관성, 중립성, 불편부당성등으로 설명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기준이 되는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다. 공정성 가치는 상대방에 대한 정파적 공격수단으로 이용되고 진실 여부를 가리지 못한다.

더 이상 진실을 추구하지 못하는 언론의 행태는 저널리즘의 성격 변화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불공정한 보도를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 운동에서 출발한 대안 언론운동은 언론에 직접 시민 의견을 제시하는 접근권을 주장하는 것에서부터 직업언론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시민 기자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 이후 블로그 저널리즘처럼 누구나 기사를 쓰는 시대에 저널리즘은 진실 추구 보다는 자신의 입장에 근거한 해석과 논평이 주가 되는 저널리즘을 열었다.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뉴스의 시대다.

감춰져 있는 사실이나 현상을 조사하고 발굴해서 세상에 공개하는 탐사 보도 저널리즘 (Investigative Journalism)은 용어가 가리키듯이 형사 범죄를 조사하듯이 사실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사실의 공개로 정책 수립을 돕는다는 취지이므로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하지 못해서 진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이라고 단정하면서 의혹 제기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 작가에 의해서 정해진 주제와 결론을 갖는 스토리가 구성된 이후에 취재에 나서는 탐사보도의 취재 절차가 문제가 된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보도하게 되므로 보도를 둘러싼 진위공방이 일어난다. 감추어져 있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단정적인 표현으로 의혹을 사실이라고 단정짓는 스토리 구조는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기 마련이고 보도에서 지목된 사건의 원인이나 사람에 대한 대한 분노를 야기하게 한다. 분노의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이 탐사 보도에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탐사 보도 방식으로 사실을 취재해서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사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방의 주장 자체를 옹호하는 저널리즘이 있다. 주창(主唱) 저널리즘, 특정견해 저널리즘 또는 옹호 저널리즘 (Advocacy Journalism)으로 불린다. 문제의 원인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기된 문제의 원인이나 이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한 편의 논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주창 저널리즘에서는 명시적으로 공정성, 불편부당, 균형을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추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저널리즘이 분노 산업이 되는 근거가 된다.

미디어의 변화 상황에서 보도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팩트 첵크가 소홀하게 되고, 잘못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취재와 보도 절차에서의 게이트 키핑이 안되고 있다. 탐사보도나 옹호저널리즘에 있어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 언론의 문제이다. 가짜뉴스 논란 이후 언론이나 사회단체등에서 추진하는 팩트 체크 센터 운영등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저널리즘 자체가 변화했고, 미디어는 더 이상 진실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부정확성과 편파성은 현실이다. 정보 선택 과정에서의 위험성이 증대되었다.

진실이란 인간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일지 모른다. 그래서 오히려 그것을 추구하는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진실 추구를 노력하더라도 얼마나 확실할 수 있는가라는 정보 확인 능력의 문제도 있다. 민주정에서의 언론의 제도적 의미와 민주정 유지를 위한 정보의 필요성을 생각하면 진실 추구는 언론으로서의 책무이다. 공정성, 다양성, 투명성등의 미디어의 가치들 보다 진실성이라는 가치는 언론이 우선적으로 성취되어야 할 과제이다. 탈진실의 시대에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는 수요는 증대되고 있으며,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 제도의 개선은 언론인의 역할을 기대하는 전문직주의를 제고하는데 있다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 정보 범람의 시대에 정보의 가치를 가려내기 위한 정보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증대 노력은 분노 산업의 수요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진실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언론 전문직의 역량 강화와 전문성 확보 및 책임성의 고양은 언론이 수행할 과제다. 민주정에서 언론의 의견 형성의 역할을 생각하면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은 민주정의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시민의 자기 통치를 위한 여론의 형성을 위해서 제도적으로 필요한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전 MB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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