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재송부 요청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이날 “시간을 넉넉히 해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박순애 ·김승희 후보자 청문보고서 재송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 표명
박순애 ·김승겸 후보자는 지난 18일, 김승희 후보자는 19일이 각각 청문 기한이었다. 하지만 주말인 관계로 청문 기한은 20일로 자동변경됐다. 그에 따라 윤 대통령은 21일부터 열흘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당초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임명 시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단 국회 상황을 지켜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미뤄지며,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기한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 박순애·김승희 후보자에 대한 재송부 요청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 오늘 (재송부) 안 한다"며 "조금 있다가 나토 가기 전에 (재송부)하고, 시간을 넉넉히 해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후보자의 보고서 재송부 가능성은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합참의장의 경우 조금 오래 기다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어쨌든 조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나토정상회의 순방 출국 전 박순애 등 임명 강행 가능성 낮아져
정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21일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나토정상회의 순방 출국 전 이들을 임명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 전에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송부 시점을 늦춘 데는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가 쏟아지는 박순애·김승희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 강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재송부 시점을 늦춘 배경에는 ‘행정 절차를 밟기 전에 국회 원구성 협상 상황 등을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임명 강행한 김창기 국세청장 때와는 기류가 달라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출근길에도 박순애·김승희 후보자 임명 강행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국무위원들은 좀 국회가 정상화 될 때까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좀 더 차분하게 기다리려고 한다”고 했다. 전날 임명을 강행한 김창기 국세청장과는 다소 대조적인 기류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김 청장을 임명하고 14일 오전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김 청장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첫 국세청장이 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세정업무는 그대로 계속 방치할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청장과 달리,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두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마저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 하락 등이 부담으로 작용?
두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 외에도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차관급 이상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데 따른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50% 밑으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주목됐다. 전국적인 선거에서 이겼는데도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집권 초 40일간 국정평가가 이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일부 조사에서 부정 평가의 이유로 ‘(대통령의) 태도’와 ‘인사’가 꼽혔다는 점에서, 박순애‧ 김승희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6월 3주차(13~15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9%, 부정 평가는 32%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9%였다.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6월 1주차)와 비교해 5%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5%포인트 상승했다.
20일 리얼미터가 13~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8.0%로 나타났다. 직전 6월 2주 차 조사(48.0%)와 동일한 결과이다. 반면 ‘부정’ 평가는 45.4%로 전주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국정운영 긍정평가 50%대 아래로 하락...박순애·김승희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변수로 작용
20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49.4%, 부정 44.8%로 나타났다. 지난주 대비 긍정 평가는 0.9%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는 2.2%포인트 상승했다. KSOI의 최근 3차례 조사를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지속 하락하는 반면, 부정 평가는 지속 상승해 긍ㆍ부정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20.2%p→7.7%p→4.6%p)로 나타나고 있다.
KSOI의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7~18일간 실시됐다. 중앙선관위 제공 안심번호 무선 자동응답방식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5.9%다.
박순애·김승희 후보자 임명에 관한 기사의 댓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은 강하게 감지된다. "두 사람 다 여론이 안 좋은데,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나? 이미 검찰출신 측근들을 너무 많이 임명해서 지지율도 떨어졌는데" "음주운전 전과자를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건 정말 불가능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음주운전해도 교육부 장관 될 수 있으니, 음주운전해도 괜찮다고 가르쳐야 하나?" 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사에서 인용한 3가지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