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586용퇴론과 관련, 내분의 당사자인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나이와 관련된 폄하 발언으로 상대 후보를 깎아 내려 논란이다. 민주당 내분에 대한 책임 문제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윤 위원장이 설상가상의 위기로 지방선거 참패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호중, “일흔이 넘으셔서 새로운 걸 배우기는 좀...”...타깃된 송기윤 후보는 만 69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충북 증평군 증평새마을금고 앞에서 이재영 증평군수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 유세에서 국민의힘 송기윤 후보의 나이를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충북 증평군 증평새마을금고 앞에서 이재영 증평군수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 유세에서 국민의힘 송기윤 후보의 나이를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윤 위원장은 30일 오후 충북 증평군 증평읍 새마을금고 앞에서 이재영 증평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서 배우 출신인 송기윤 국민의힘 증평군수 후보의 나이를 언급했다. “이제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새로운 걸 배우시기는 좀 그렇지 않나”라며, “연기하듯 잠깐은 할 수 있어도 4년 군정을 맡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공직자의 자격을 논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위원장은 송 후보에 대해 “저도 참 좋아하는 연기자인데, 이제 연세가 일흔이 넘으셔서 연기를 그만하시려는지 모르겠다”며 “하시던 일을 쭉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이어 “증평이 낳은 영화배우, 탤런트 송기윤 씨는 탤런트로 계속 증평군민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시고 우리 증평이 낳은 일 잘하는 일꾼, 행정전문가, 증평을 가장 잘 아는 준비된 군수 이재영 후보에게 일을 시켜서 눈도 즐겁고 삶도 즐거운 증평군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내로남불’이 고질병인 윤호중, 같은 날 방송에선 “나이 가지고 정치 그만하라는 방식은 부적절” 지적질

1952년 7월 14일 생인 송 후보의 나이는 만 69세이다. 윤 위원장의 지적대로 ‘일흔이 넘은 나이’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만 나이로 따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윤 위원장이 송 후보의 나이를 부풀려서 ‘일흔이 넘었다’며 거짓 주장을 폈다고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송기윤 충북 증평군수 후보는 29일 신발 제조 중소기업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와 증평공장 신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이네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백화점에서 쇼핑해 화제가 된 구두 브랜드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기윤 충북 증평군수 후보(왼쪽)는 29일 신발 제조 중소기업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와 증평공장 신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이네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백화점에서 쇼핑해 화제가 된 구두 브랜드이다. [사진=연합뉴스]

더욱이 윤 위원장은 당일 아침 MBC 라디오에서는 이와 정반대 주장을 펴서 비난을 자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 위원장은 “나이를 가지고 몇 살 되었으니까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기존 정치인에 대해 실력이나 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최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제기한 586용퇴론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윤 위원장으로서는 본인이 지목을 당한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박 위원장은 586 용퇴론에 대해 한걸음 물러나 “586 세대를 전부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에서 정치를 오래 했는데 유권자들로부터 기득권 정치의 대명사가 된 사람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발언대로라면, 기득권 정치의 대명사인 586세대의 핵심인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윤호중 비대위원장, 우상호 의원, 이인영 의원 등이 용퇴의 당사자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386 정치 신인으로 시작해 이제 586이 된 구태 정치인들이니, 20년 이상 기득권을 누린 사람들이다. 어쨌든 586세대 역시 나이를 기준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해당하는 정치인을 지목하는 셈이다.

물러나야 할 586세대의 당사자로 지목되자, ‘나이를 가지고 몇 살 되었으니까 그만해야 한다’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윤 위원장이 당일 오후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송 후보는 증평군수로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이다. 전형적인 말바꾸기이며, 상대에 따라 잣대를 달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대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민주당, 국회의장으로 선출한 김진표 의원은 만 75세

게다가 최근 민주당은 1947년 생인 김진표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생일이 지났다는 가정 하에 김 의원은 만 75세에 해당한다. 윤 위원장이 송기윤 후보에게 적용한 ‘70세는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기준대로라면, 김 의원 역시 국회의장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나이인 셈이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1947년 출생인 김 의원은 75세의 나이에 새로운 업무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1947년 출생인 김 의원은 75세의 나이에 새로운 업무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나이라는 것은 예민한 문제이고 더구나 같은 나이라고 해서 건강과 지력이 똑같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윤 위원장의 발언은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선거를 단 하루 앞둔 시점에 돌출된 윤 위원장의 발언은 2004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소환하고 있다. 당시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인 3월에 정 의장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으로, 야당인 한나라당의 집중공격을 받아 사과를 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탓에,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되풀이되는 ‘노인 폄하 발언’, 민주당 인사들에겐 ‘노인 폄하 DNA’ 전승되나?

당시 구리시 국회의원 후보로 유세 현장에서 정 의장의 발언을 지켜본 윤 위원장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보인 척 젊은 세대의 지지를 호소하는 민주당 내부에 ‘노인 폄하’ DNA가 뿌리깊게 내재되어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번 6.1 지방선거 최고령 후보자는 전북과 충북 지역구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후보자 각 1명, 총 2명으로 81세(1941년생)이다. 이들 후보의 정당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주목된다.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과의 갈등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위해서 기여한 바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윤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에서도 물러나야 하고 박 위원장의 주장대로 ‘용퇴’해야 할지도 모른다.

성급하게 만 69세의 송기윤 후보를 ‘나이’로 공격한 윤 위원장은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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