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인천광역시 교육감 선거에서 8년만에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됨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 간 팽팽한 승부가 전망된다. 그동안 단일후보를 내온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 진영은 분열하면서, 지난 8년간 진보 진영의 교육감이 인천교육행정을 담당해왔다.

인천시교육감 선거 사상 첫 범보수 단일후보 최계운, 전교조 출신 현 교육감인 도성훈 후보의 ‘실정’ 맹비판

최계운 인천시교육감 후보. [사진=연합뉴스]
최계운 인천시교육감 후보. [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교육감 선거 사상 처음으로 범보수 단일화를 성공시킨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는 현 도성훈 교육감과의 2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 후보는 등록 첫날인 12일 기자회견에서 ‘전교조 중심 교육이 낳은 폐단’에 대해 지적했다. 최 후보는 “인천 교육이 고인 물처럼 썩었다”며 이청연 전 교육감과 도성훈 현 교육감의 비리를 비판했다. 이 전 교육감은 건설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아 교육감직에서 물러났으며, 도 현 교육감은 ‘교장 공모제 비리’로 측근들이 사법처리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 전 교육감과 도 현 교육감이 모두 전교조 인천지부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전교조 중심 교육’의 폐해는예견된 결과였다. 보수 진영에서는 8년만에 교육감 후보가 단일화되면서, 교육감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독자노선을 걸어온 보수 진영 허훈 후보가 17일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최 후보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교육감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허 후보는 “지난 8년 간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로 인해 인천의 교권은 무너지고, 교육현장에 정치적 논리가 횡행하고 교원가족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학력은 떨어지고 인성교육은 실종됐다”면서 "보수후보의 분열로는 도저히 전교조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후보를 사퇴하게 됐다”며 최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허 후보가 사퇴하면서 최 후보 지지를 밝힘에 따라 ‘전교조 중심 교육 철폐’가 이번 인천시교욱감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전교조 중심 교육의 폐단 3가지를 짚어본다.

① 도성훈 현 교육감 측근이 연루된 무자격 교장 공모제 비리

2007년 도입된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임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인사를 뽑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집단 내 특정 교사를 교장으로 선발하기 위한 체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내부 부서별 담당 보좌관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보좌관 A(52)씨는 2020년 12월 인천시교육청에서 진행한 교장 공모제 과정에서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응시자 B(52)씨가 만든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또한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통해 관내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임용돼, 특혜인사 의혹을 받은 바 있다. A씨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이청연 전 교육감 때도 보좌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A씨에게 문제를 청탁한 B씨 역시 같은 노조 소속이다.

2018년 7월 도성훈 현 교육감이 취임하자마자 교장 공모제 시험문제 출제기관을 변경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 교육감은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의 출제 부담이 크고 변별력이 낮다’는 교직원 등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 출제 기관을 종전 학교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시교육청 본청’으로 바꾼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교장 공모제에 대한 불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② 인천교육행정 비리의 온상인 전교조 출신 보좌관 제도

교장 공모제 비리의 핵심은 도성훈 현 교육감의 보좌관인 A씨가 교장 공모제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것이다. 그 사건으로 A씨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공무원 5명도 모두 실형을 받았지만, 도 교육감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자신이 만든 문제를 교장 공모제 면접시험 과정에서 출제하도록 공모한 인천시 도성훈 교육감의 전직 보좌관이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해 5월, 자신이 만든 문제를 교장 공모제 면접시험 과정에서 출제하도록 공모한 인천시교육청 도성훈 교육감의 전직 보좌관이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A씨와 함께 범행을 모의한 5명 중에는 도 교육감의 후보 시절부터 함께한 최측근 정책 보좌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도 교육감 당선 당시 인수위원회 소속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뒤, 도 교육감 취임과 동시에 정책보좌관으로 시교육청에 입성했다.

도 교육감이 자신의 측근들로 보좌관을 채우면서, 핵심 보좌관들이 시교육청 행정을 장악해 나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핵심 보좌관들은 ‘각 부서장이 도 교육감한테 결재를 받는 등 소통할 때 중간 단계에서 조율하는 이른바 '문고리 6인방'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보수 진영의 단일 교육감 후보인 최 후보는 지난 4월14일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인천시교육청 내부 부서별 담당 보좌관 명부'를 공개했다. 이 명부는 인천시교육청 각 부서와 산하 교육청, 직속기관 등 30여곳을 담당하는 보좌관 리스트이다. 2020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청된다.

보좌관 명부에 따르면 각 30여개 부서와 기관들은 도 후보가 임명한 핵심 보좌관 6명에 의해 관리됐다. 이들이 관리한 부서 중에는 감사관실도 포함됐다. 또한 대부분 전교조 출신 인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후보는 "교육청 직원들이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보좌관실 앞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며 "불합리한 옥상옥 행정이자 '전교조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도성훈 현 교육감 측 관계자는 전교조 중심의 보좌관 제도와 관련해 "누구나 행정 수반이 되면 혼자 일할 수 없으므로 능력있는 소수의 참모와 함께 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이다"며 " 보좌관들이 행정을 좌우했다는 주장은 매우 과장된 것이므로 사실로 인정할 점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도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전 보좌관 등 측근들의 교장 공모제 비리와 관련해 첫 공식 사과를 했다. 해당 비리가 불거진 지 9개월여 만의 늑장 사과였지만, 문제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도 교육감 측 관계자의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후보. [사진=연합뉴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후보. [사진=연합뉴스]

③ 8년간 ‘전교조 중심 교육’으로 인천 지역 학력의 ‘하향 평준화’ 문제 심각

보수 단일후보인 최계운 후보는 도 교육감의 '전교조 중심 교육'을 정면 비판하면서 교육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를 충족시키는 교육혁신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 후보는 전교조를 지지 기반으로 삼은 도 교육감이 '이념' 중심의 교육을 고집함으로써 곪아터지고 있는 인천 공교육의 문제점을 수술대에 올려서 대수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 후보가 내건 10대 공약은 ‘학생들의 심각한 학력 하향평준화와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교육 격차’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 교육감 체제 하에서 곪아터진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 체제 하에서 '학력향상'을 위한 경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인성교육이나 교육의 평등이 공교육의 최고 가치로 여겨져왔다. 최 후보는 이런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학력향상'을 위해 공교육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 후보 측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수학능력시험 성적에서, 인천시는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꼴찌였고, 교육감 직무수행평가도 4년 내내 꼴찌 혹은 꼴찌에서 2등이었다. 최 후보는 인천 내 원도심과 신도심 간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원도심으로 교육청을 이전해 교육시설과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원도심에 설립될 '교육복합혁신센터'를 통해 일타강사, 대학교수 등 유능한 선생님들이 지역의 방과후 교육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교육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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