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댓글 조작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기존 입장 유지
향후 관련자 진술과 증거로 김 의원 진술에 대한 진위 분석에 초점 맞춰질 전망

연합뉴스 제공

'드루킹' 김동원(49)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연루 의심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김 의원을 지난 4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 댓글조작 관여 여부,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특정인을 인사 추천한 과정 등을 밤새 조사하고서 5일 오전 돌려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3월 15일 드루킹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협박 문자를 보고 다음 날 한 보좌관에게 확인해보니 이를 시인해 즉시 반환하라고 했으며, 사직서를 제출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의원의 보좌관인 한씨는 김 의원 지시대로 즉시 돈을 돌려주지 않고, 드루킹이 구속된 다음 날인 3월 26일에야 돈을 돌려줬다. 한씨는 작년 9월 드루킹 측근 김모(49, 필명 '성원')씨에게서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된 상태다.

김 의원은 드루킹의 인사 추천과 관련해서는 "2017년 대선 이후인 6월 드루킹이 먼저 도 변호사에 대해 오사카 총영사 직위를 요청했고, 대상자 이력과 경력 등으로 봐 적합하다고 판단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추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오사카 총영사의 경우 정무·외교경력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고, 2017년 11월 드루킹에게 그 답변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자신이 운영한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를 작년 대선 이후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김 의원에게 추천했다가 무산되자 한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언급하며 김 의원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윤모 변호사를 추천한 일을 두고도 "2017년 11월 도 변호사 인사 결과를 이야기할 때 민정수석실 행정관 추천 요청이 있었으나 이미 행정관 인사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추천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나 경공모를 처음 알게 된 과정에 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2016년 6월 국회의원회관에 드루킹이 찾아와 처음 만났고, 이후 7∼8차례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며 "경공모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모임으로 소개받았고, 다른 문팬(문재인 팬클럽) 모임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드루킹의 댓글조작을 알았는지에 대해 "2016년 9월 드루킹이 선플(긍정적 댓글)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이후 네이버나 다음에서 자발적으로 선플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며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한 네이버 댓글순위 조작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URL(인터넷 주소) 10건도 드루킹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보냈다"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진술은 보좌관 한 씨가 작년 9월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을 올 3월 드루킹의 협박 메시지를 받고서야 알았고,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는 진술도 한씨의 금품수수가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팀도 김 의원의 이러한 진술 방향을 충분히 예상했던 만큼, 향후 수사는 그간 확보한 다른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통해 김 의원이 진술한 내용에 대한 진위 분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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