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공식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가 모두 배제되면서 안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하려는 것 아니냔 전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에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소방본부의 소방정책 현장 방문 일정 불참을 통보했다. 인수위가 언론에 매일 알리던 안 위원장의 공식 일정도 공지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전날 윤 당선인과 함께하기로 한 도시락 만찬에도 불참했다.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윤 당선인이 지난 10일, 13일 두 차례의 내각 인선 발표에서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 모두를 인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배제한 결과다. 윤 당선인은 현재까지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9명 가운데 17명을 인선 완료한 상태다. 안 위원장 측은 남아 있는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사람을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이 전날 만찬에 이어 이날 공식 일정도 소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측은 윤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내각 인선을 밀어붙인 데 대해 해명하고 수습에 나서지 않으면 협치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입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 위원장의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 돌아왔다. 각성의 세례를 통과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며 "박근혜 이명박 때 사람들이 대부분인 권력에 이질적인 안철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박근혜 이명박 정권의 재판이 되지 않게 할 유일한 '송곳'이고 이 점 하나로 의미는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약점은 자칭 폐족들 사이에 '송곳'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전혀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전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일 이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의 수십억 되는 부채까지 짊어지기로 하는 등 실무협상을 모두 마쳤고 합당 선언만 남은 상황이었지만 국민의당이 '기다려 달라'며 늦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최근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사퇴한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자리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즉각 임명했다. 박 의원은 윤 당선인의 비서실 정무특별보좌역까지 겸하게 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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