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작된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봉쇄가 11일로 15일차에 접어들었다. 당초 상하이시는 황푸강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눠 나흘씩 봉쇄하려 했으나, 감염자 확산이 지속되면서 기약없이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코로나19 방역은 중국이 금메달”이라고 자찬했다. 중국이 지난 2년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낮은 인구 대비 코로나 감염률을 기록했고, 경제적 충격도 다른 나라보다 약한 편에 속했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비현실적인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 상하이 봉쇄로 역풍 맞는 중

중국이 2020년 우한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수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시 주석의 자평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방침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모든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집중 격리 시설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3월부터 오미크론 감염 파도가 상하이에 닥치면서 중국이 지난 2년여 동안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경제수도 상하이는 감염자 급증과 봉쇄 장기화로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유령 도시가 됐다.

언로를 막는 시진핑 체제이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는 비현실적 발상이 가능했지만, 이제 역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시 주석의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이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그간 절대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지지했던 중국인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지으려던 시 주석의 권력 체제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가 시민을 압도하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을 적극 활용한 중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비교적으로 잘 통제해 온 것도 사실이다. 우한 사태 이후에도 일부 도시에서 국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나타났지만,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처방을 통해 대체로 하루 신규 감염자 규모를 최대 수백명 이내에서 통제하면서 '제로 코로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외부 세계'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의혹에 가득차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팬데믹 위기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을 창출해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상하이의 대규모 격리시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하이의 대규모 격리시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 확진자 폭증하면서 봉쇄정책에 대한 시민 불만 터져나와

중국인들 특히 상하이 시민들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근본 원인은 '방역 장벽'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이번 감염 파도는 한 입국자 격리 전용 호텔에서 일하는 방역 요원에서 시작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이 세운 '방역 만리장성'을 무력화한 것이다.

우한 사태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염 폭발 사태에 직면하면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도 자국이 다시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는 있는 것인지, 그렇게 되더라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경제 사회적 대가를 치르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가 위드 코로나를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며 “중국만 계속 벽을 치고 고립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무증상 감염자가 경증 환자까지 왜 집중격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델타 변이가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라는 점에서, ‘격리 정책 완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부 중국인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가운데,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확진 상황이 잡히기는커녕, 지난달 31일 4144명이던 일일 확진자는 지난 4일 1만3000명을 넘어섰고, 지난 7일 2만 명을 돌파했다. 1만명을 넘어선 지 3일만에 2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2020년 우한의 최다 확진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3월 1일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상하이의 누적 확진자 수는 15만명에 달했다.

급증하는 감염 사례만큼 집에 갇혀버린 2500만여명 주민들의 불편함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를 제외하고는 식품이나 약을 사기 위한 외출도 허락되지 않는 강력한 봉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시 정부가 전면봉쇄 조치 연장을 공식 발표하며, 추가 봉쇄 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전면봉쇄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무기한 전면봉쇄 당한 상하이 시민들 터널 끝 알 수 없는 식량난에 봉착

봉쇄 직전까지 시 정부는 시민들에게 “상하이 봉쇄는 헛소문이다. 공급 물자는 충분하다. 식품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당국의 말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당국의 ‘4일 봉쇄’를 믿었던 시민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다.

코로나로 봉쇄된  상하이 시내 슈퍼마켓의 텅 빈 매대.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로 봉쇄된 상하이 시내 슈퍼마켓의 텅 빈 매대.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상하이 시민들이 ‘식량난’에 처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기본 식료품과 생필품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다.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배달 예약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천퉁 상하이 부시장은 7일 브리핑에서 “쌀·고기 등 식량 비축량은 충분하지만, 수퍼마켓·농장의 정상 운영이 어렵고 온라인 주문 플랫폼의 배달 인력이 부족해 배급과 배달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온라인 식품구매를 위한 광클릭을 위해 안마기를 동원하는 밈(meme)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 시진핑 미화하며 불만세력 처벌 강조...중국 민심 폭발 가능성 커지는 중

중국 방역 담당 부총리이자 공산당 정치국원인 쑨춘란은 최근 상하이를 방문해 "주저하지 않고, 확고하게 제로 코로나를 유지한다"고 독려했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시 주석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중국이 코로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영웅적 업적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원칙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민심은 흉흉하다. 이미 물류 대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상하이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최근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조성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추적해 엄벌에 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팬데믹과의 전쟁에 대해 폄훼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맞써 싸우라는 서한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정책이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적어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 개막을 알릴 20차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상하이 봉쇄 역시 적어도 이달 말까지, 늦으면 내달 이후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우한 사태 때 중국은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전체를 76일간 철저히 봉쇄한 바 있다. 중국 민심이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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