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

청문회 출석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연합뉴스)
청문회 출석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력 도발로 인해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서 사라졌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CVID)’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북한을 ‘불량정권’으로 부르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미국의 비확산 목표에 부합하기에 계속해서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강화된 억지력과 강력한 제재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omprehensiv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CVID)는 어려운 목표지만 미국의 비확산 목표와 매우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CVID는 미국의 억지 정책과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 확대, 심화하며 모든 기회와 유엔 결의들, 자신과의 약속과 국제적 합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부터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는 미국의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했다.

‘CVID’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북한 비핵화 목표로 통용되던 용어였다. 그러나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정상회담을 ‘중매’하고 미북 정상 간 회담이 열리면서 북한 비핵화를 지칭하는 용어에 변화가 왔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측이 CVID에 대해 ‘항복문서에나 등장할 문구’라고 반발하자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마저도 가급적 자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FFVD’ 용어를 폐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그것(CVID)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가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매우 단호해야 한다”고 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을 예상하면서 미국은 강화된 억지력과 강력한 대북제재 집행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역임한 대북제재 전문가이자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있다.

그는 “북한의 터무니없고 지속적인 도발은 물론 매우 우려스럽다”며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전날 말했듯 북한이 오는 15일 태양절을 계기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우리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굳건한 동맹과 함께 강화된 억지력으로 북한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위협을 좌절시키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며 “제재가 가능하고 다양하고 강력하게 이를 계속해서 집행할 수 있을 때 북한의 이런 위협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일(북한의 추가 도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은 불법적이고 유엔 결의 위반이며 자신의 약속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추가 대북제재로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주요 책임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미리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최근 유엔에서 시도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를 저지한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보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지면자는 “(북한의) 이러한 종류의 도발 뒤에 우리가 독자적인 조치를 통해서나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면 이전에 그랬듯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유엔에 의존할 수 없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지낸 골드버그 지명자는 “제재는 효과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정책이 아니며 미국과 세계의 영향력, 그리고 힘의 다른 요소들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제재 해제를 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전제조건 없이 제안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북한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제재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자체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중국의 느슨한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반대했다”며 “중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미국의 입장과 달리 미국에 양보를 요구한다”며 “(미중 간 대북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대북협력을 추구하고 있고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며 “제재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북한과의 협상 진전, 비핵화 논의 복귀, 그리고 북한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한미국대사로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일관계 개선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며 “기술적으로 진보되고 과학적으로 선진화된 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역내와 전 세계적으로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더 협력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주한 미국대사로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입장도 밝혔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한국의 경우 반도체용 전기 배터리를 위한 투자를 미국에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제한하는 것을 돕기 위해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분야들이 있으며, 취임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CVID’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워싱턴DC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당선인의 대북정책 비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고 미국측도 이에 공감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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