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경기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30대 여성과 공범의 범행이 전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3일 검찰에서 1차 조사를 받은 이후, 다음날 이어질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했다. 그 이후 행방이 묘연해지자, 지난달 30일 검찰이 공개수배에 나섬으로써, 만천하에 악행이 드러났다.

3년전 경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아내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사진=채널A 캡처]
3년전 경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아내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사진=채널A 캡처]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이다.

용소계곡에서의 살인과 살인미수 2건, 그리고 보험사기 미수혐의를 받던 이들이 공개수배되면서, 이제는 살인사건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3일 첫 조사를 받은 이후, 4개월여 동안 아무런 생활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밀항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살인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너무 무성하다. 그리고 피해자인 윤씨를 둘러싼 사정도 너무 안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① 2건의 살인미수, 검찰이 밝히지 못한 살인미수 정황도

이씨와 공범 조씨가 윤씨를 살해한 시점은 2019년 6월 30일이다.

이씨와 조씨는 앞서 같은 해 2월,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첫 번째 살인미수였다.

두 번째 살인미수는 3개월 뒤인 5월에 시도됐다.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용소계곡에서의 살인이 있기 1달 전의 일이다.

검찰의 조사에서 드러난 2차례의 살인 미수 외에 채널A의 취재 결과, 사망 한 달 전 살해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상레저를 하러 가서 바나나 보트를 이용해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용소계곡에서의 살인이 있기 1달 전, 이은해와 조현수는 수상스키를 이용한 살인도 시도한 것으로 채널A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사진=채널A 캡처]
용소계곡에서의 살인이 있기 1달 전, 이은해와 조현수는 바나나 보트를 이용한 살인도 시도한 것으로 채널A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사진=채널A 캡처]

이씨와 조씨는 윤씨가 숨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2019년 5월부터 북한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겼다. 모두 8번 방문하면서, 윤씨를 3번 이상 데리고 갔다. 윤씨가 물이 무서워 밖으로 나오고 싶어해도, 이씨는 “계속 타다 보면 실력이 늘 것”이라며 강요했고, 윤씨가 거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씨는 피해자가 물에 빠져도 수상레저업체 직원에게 “보트를 더 빠르게 몰아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상레저업체 직원들은 윤씨가 숨진 뒤 수사기관에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이씨와 조씨가 이 시도에 실패해, 용소계곡으로 윤씨를 유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윤씨가 숨지기 하루 전날에도 수상스키를 탄 뒤, 계곡을 둘러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② 살해 동기는 8억원의 보험금, 실효된 보험 효력을 되살린 1달 동안 범행을 시도

조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이씨가 남편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씨와 윤씨가 결혼한 것은 2016년 10월이다. 2017년 3월에 혼인신고를 하면서, 정식 부부가 됐다. 이씨는 혼인신고를 한 이후 5개월 만에 남편 윤씨 명의로 4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월 납입금은 최소 70여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남편 윤씨가 사망하고 나서 5개월 뒤 보험회사에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윤씨가 자살한 것으로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이 거부됐다고 보도되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살해 시도가 있을 때마다 윤씨의 생명보험 효력을 한 달 단위로 살려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씨와 조씨가 월납입금을 제때 내지 않아 실효된 생명보험을 잠시 되살린 뒤, 보험 효력이 유지되는 한 달 동안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③ 사망 당일 윤씨, 튜브를 흔드는 조씨에게 ‘그만해’ 애원... 머리로 수박깨는 괴롭힘도 당해

채널A가 지난 7일 방송한 영상에 따르면, 이씨 일행은 수영을 못하는 윤씨를 계속해서 겁주고 조롱했다. 커다란 튜브 위에 올라탄 윤씨를 조씨와 공범 이씨가 점점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윤씨가 불안한 듯 튜브를 끄는 조씨의 손을 떼어냈지만, 윤씨는 점점 계곡 가운데로 끌려갔다.

용소계곡에서 윤모씨는 조씨의 손에 이끌려 점점 계곡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갔다. [사진=채널A 캡처]
용소계곡에서 윤모씨는 조현수에게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조씨가 튜브를 위아래로 위태롭게 흔들고, 윤씨를 조롱하는 일행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윤씨가 필사적으로 손 헤엄을 쳐보지만, 다시 조씨에게 잡히자 윤씨는 괴로운 듯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애원했다. "○○야. 우리 그만하자. (나는 그만 안 할 거야. 뭔 소리야.) 알았어. 내가 미안, 사과할게. 아아, 그만 그만해. 유치하고 재미없어. 나 재미없어 이제는"

약 1시간 뒤, 조씨가 수박을 잡고 있고, 윤씨가 머리로 수박을 내려치는 장면도 나온다. 윤씨 아내 이씨는 "아, 오빠. 빠작 깨야지. 아오"라며 남편을 타박했고, 윤씨는 고통스러워했다.

다시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20분, 아내 이씨와 조씨, 공범 이씨는 4미터 높이 절벽 위에서 윤씨의 다이빙을 유도했고, 윤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19년 6월 30일 오후 7시 15분, 윤씨는 조씨가 잡고 있는 수박을 머리로 내리쳤고, 아내 이씨는 남편을 타박했다. [사진=채널A 캡처]
2019년 6월 30일 오후 7시 15분, 윤씨는 조씨가 잡고 있는 수박을 머리로 내려쳤고, 아내 이씨는 이들 곁에서 남편을 타박했다. [사진=채널A 캡처]

④ 윤씨와 이씨의 비정상적인 결혼 생활, 이유는?

2017년 3월에 혼인신고를 한 윤씨와 이씨는 정식부부임에도 불구, 따로 살았다. 윤씨가 신혼집으로 마련한 인천집에는 이씨가 살았고, 윤씨는 수원의 반지하 월셋방에서 살았다. 결혼 이후 직장이나 학업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따로 사는 부부도 있지만, 이들 부부는 이런 사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당시 연봉은 약 6천만원에 달했지만, 아내 이씨에게 모든 것을 다 퍼주고 본인은 단돈 1만원이 없이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씨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남편의 돈을 탕진했다.

도저히 정상적인 부부 사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씨가 정신적으로 아내 이씨에게 지배를 당하는 ‘가스라이팅’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살이나 어린 아내이지만, 윤씨가 이씨에 대해 ‘이성적인 매력’ 등의 이유로 지배를 당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용소계곡 살인 현장에 같이 있었던 이씨 지인 중의 한 명은 “이씨와 조씨가 연인 관계이고, 피해자 윤씨는 아는 오빠라고 생각했다”는 증언을 했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윤씨가 이씨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이씨 지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⑤ 4개월째 생활 흔적이 없는 이씨와 조씨, 밀항했을까?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은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씨와 조씨의 검거를 위해 합동팀을 만들고 지난달 30일 공개수배 했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들의 밀항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검찰이) 법무부 통해서 출국금지까지 했지만 100일 넘게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다. "밀항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손 변호사는 "밀항이 쉽지 않고, 코로나 시국이라 더 어렵다"면서 "영원히 도망 다닐 수는 없다. 목격하신 분들은 꼭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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