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지난 5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조씨의 입학 취소 처분은 부산대가 지난해 3월 22일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조국 전 장관, 딸의 부산대 입학 취소 최종 결정 직후 불복 소송 제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3시 공개된 자신의 책 '가불 선진국' 북토크에서 "저는 물론이고 저희 가족 전체가 시련과 환란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메디치미디어 유튜브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3시 공개된 자신의 책 '가불 선진국' 북토크에서 "저는 물론이고 저희 가족 전체가 시련과 환란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메디치미디어 유튜브 캡처]

그러자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결정에 대해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조민씨의 소송대리인은 2022년 4월 5일자 부산대의 입학 취소 결정에 대하여 본안판결확정일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부산대의 입학 취소 결정이 내려진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빠른 소송을 제기한 조민씨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무엇보다도 법원의 판결과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소송부터 제기하는 조 전 장관을 향한 비난의 수위가 높다.

조 전 장관은 5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가족 전체가 시련과 환란 상태에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목에 칼을 차고, 발에 족쇄를 차고 있는 상황이라서 아직 터널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가족의) 고통을 잊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당선인의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 이야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시도”라며 “(윤 당선인이) 검찰 공화국을 넘어 ‘검찰 왕국’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치켜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민주주의를 안착시키고 경제를 아주 탄탄하게 만들었다”며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들을 (국민들이)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삐뚤어진 명예욕, 딸을 최대 희생양으로 만들어

이런 조 전 장관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비난이 거센 가운데, 무엇보다도 “부모의 삐뚤어진 명예욕 등으로 인해 딸이 최대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많아 주목된다.

조 전 장관측은 5일 부산대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면서 ‘조민씨의 소송대리인이 부산대의 입학 취소 결정에 대하여 본안판결확정일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조민씨의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입장으로 비춰지지만, 오히려 조민씨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이기적인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전 장관의 잘못된 선택이 조민씨의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분석이다. 조민씨를 둘러싼 입시의혹 비리를 수사한 검찰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 잘못된 개입이 조민씨의 비극적인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5일 오후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조 전 장관 부부가 조민씨의 ‘손실’을 최소화할 기회는 적어도 4번 이상 됐다.

조민씨의 논문 제1 저자 등재 논란 격화됐으나 ‘의혹’을 전면 부인

첫 번째는 2019년 8월 20일,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의 논문에 조민씨가 제1 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문제로 불거졌을 때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국 딸(조민씨)이 평생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진학했다는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면서 촉발됐다. 외고는 유학전형, 고대는 수시, 부산대 의전원은 면접으로 들어가 시험을 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도저히 덮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끝까지 의혹을 부인했고 밀어붙였다. 당시 조 전 장관이 법무장관직을 포기하고 재빨리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더라면 조민씨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낱낱이 파헤쳐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기회를 놓친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딸 입시비리 알고도 법무부장관 취임 강행, 검찰은 부산대 등 동시 압수수색

다음은 법무부장관에 취임함으로써 조민씨의 인생을 구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조 전 장관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8월 27일 부산대 의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고려대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특히 조민씨가 고등학교 재학 때 인턴십을 했던 단국대와 공주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결국 입시비리와 관련해 정경심 교수는 기소됐지만,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조민씨의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사실 관계를 제일 잘 았았을 부모로서의 입장 대신, 법무부장관으로서의 명예를 선택한 것이다.

법무부장관 사퇴한 직후에도 딸과 함께 ‘사과’ 대신에 ‘확전’을 선택

세 번째는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에서 사퇴한 시점에 다시 한번 기회를 내팽개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에 법무부장관에서 사퇴했다. 조민씨 문제도 그 때 정리를 했더라면, 부산대 의전원으로부터 입학 취소 결정을 받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9년 10월 4일 조민씨는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에 출연, “제 온 가족이 언론의 사냥감" "좀 잔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에 반영된 논문 취소 등에 따른 고려대 입학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 "정말 억울하죠, 고졸이 돼도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민씨가 실명(實名)으로 인터뷰에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조민씨는부친의 낙마 이후에도 사과 대신에 강한 저항 의지를 보임으로써 사태를 더욱 키워나갔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조민씨는 자신의 입학 부정 의혹에 대해 어떠한 반박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딸과 함께 ‘사과’ 대신에 ‘확전’을 선택함으로써 3번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해 부산대의 입학취소 예정 처분도 무시, 더 많은 시간을 낭비

부산대는 지난해 8월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 '자체조사 결과서'와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판결, 소관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조민씨의 201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부산대는 지난해 8월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 '자체조사 결과서'와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판결, 소관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조민씨의 201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네 번째로 조 전 장관이 조민씨의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부산대는 3월말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넉 달간 조사에 착수한 이후, 입학 취소 예정 처분을 내렸다. 예정 처분을 내린 뒤 지난달 조 씨에 대한 청문 절차를 마치고, 지난 5일에 입학 취소를 확정한 것이다. 조민씨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지 7년만의 결정이다.

통상 3개월이면 끝나야 하는 청문 절차가 8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이미 정경심씨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은 지난 1월 27일 조민씨의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유죄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조씨의 7대 스펙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이 마지막으로 조민씨의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지난해 8월 부산대가 입학 취소 예정 처분을 내렸을 때라는 분석이다. 부산대의 결정을 존중하고 조민씨가 스스로 물러났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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