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10여 차례나 만나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을 당부하고, 이 부회장도 이에 적극 화답했지만 재수감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7월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10여 차례나 만나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을 당부하고, 이 부회장도 이에 적극 화답했지만 재수감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7월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특수부 검사와 기자는 통하는 면이 많다.

부정부패와 비리, 부조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정의감은 특수부 검사나 기자나 마찬가지다. 거악을 척결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하겠다는 사명감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팩트를 바탕으로 수사와 취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검사와 기자는 그래서 좋은 술친구가 되곤했다. 특정 사건에서 검사와 기자는 서로 협조하는 일도 많았다.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이 본질인 ‘검언 유착사건’의 이면에는 검사와 기자간의 이런 전통적 관계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검사시절 현대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고,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감옥에 보냈다.

그의 검찰내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은 한편으로 ‘삼성 저격수’였다. 서울지검 3차장으로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수사를 지휘하면서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공모한 범죄로 만드는데 큰 집착을 가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검찰개혁 차원에서 지금은 금지된 수사브리핑, 즉 기자들을 상대로 한 티타임 브리핑에서 삼성과 경영진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 및 경영진에 대해 “불법으로 연명하는 집단”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등 폄훼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명감과 공명심, 양명의식은 분명 필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사명감과 공명심은 그 정도가 과했을 때 곧바로 독선으로 치닫는 독(毒)이 베어있다.

윤석열 당선인(사시 33회), 한동훈 검사장(37회)의 까마득한 사법시험 선배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사시 11회)은 역대 검찰사상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그는 동시대 검사들 사이에서 존경하는 검찰선배를 묻는 투표를 하면 늘 1위를 차지했다. 이명재 전 총장은 최근 30년내 검찰사에서 유일하게 변호사로서 검찰총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명재 전 총장은 이런 말을 자주했다. “검찰을 떠난 뒤 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 가슴이 덜컥한다. 나한테 수사를 받은 사람인가? 혹시 나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 강도 살인사건도 아니고 기획수사로 멀쩡한 사람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쥔 특수부 검사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라고.

이 전 총장은 윤석열 당선인이 가장 존경하는 검찰 선배, ‘최고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이 2002년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이직한 것도 당시 태평양에 몸담았던 이 전 총장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전 총장은 김대중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취임하자, 곧바로 윤 당선인을 경력직 채용 형식으로 검사로 복직시키기도 했다.

이후 윤 당선인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으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하는 등 소신수사를 하다가 좌천되고, 이로인해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에 올랐으니 멘토를 넘어 대통령으로 만든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은행 행원 출신인 이명재 전 총장은 수사실력도 뛰어났지만, 소신과 원칙의 측면에서 윤석열 못지않은 ‘강골(强骨)’이었다. 차이는 부드러움이다.

그의 검사시절 상관들은 “청와대나 상부의 외압 때문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리고 싶어도 말없이 구속영장을 들이미는 그의 선량한 눈빛을 보면 차라리 내가 옷을 벗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하곤 했다.

이제 대통령 윤석열으로서는 국정원 댓글수사,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 때 보여줬던 원칙과 소신 뿐 아니라 이명재 전 총장의 겸손과 자제 또한 되새겨야 할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은 국가대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이다. 국내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매출의 9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린다.

포브스 선정, 2020년 글로벌 100대 기업에는 미국기업 37개, 중국기업 18개, 일본 기업이 8개 포함됐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중국기업은 11개, 미국기업은 9개, 일본기업은 5개가 새로 100대 기업에 포함됐으나 한국기업의 신규진입은 없었다.

삼성은 2003년 애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고위급 임원들이 기소된 이후 2007년 삼성특검,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현재 진행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이제 막 칼을 뽑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수사 등 20년째 ‘사법리스크’에 갇혀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게이트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1년여간 모두 10차례나 만나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창출을 당부했다.

그런 와중에도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삼성전자 및 관련 계열사에 대해 20차례가 넘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이 툭하면 압수수색을 벌여 모든 자료를 ‘무차별, 싹쓸이’를 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여론재판을 해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이 문제점을 지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찰의 행태를 실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삼성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동안 삼성은 그 어떤 기업보다 권력에 민감했고, 권력에 휘둘려왔다.

1961년 5·16 군사혁명이 발발했을 때 이병철 삼성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하자 마자 구금됐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이전, 박정희 장군과 청년장교 등 5·16 주체세력에게 기업관이라는 것이 없었고, 돈 많은 기업인은 그저 부정축재자일 뿐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로 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삼성은 1966년 발생한 사카린 밀수사건 사건의 여파에 장남 이맹희가 아닌 3남 이건희로의 승계를 거치며 권력의 풍향에 민감했다.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그룹비서실, 이후 구조조정본부(구조본), 미래전략실처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총괄하는 한편 정경유착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맞붙었던 2002년 대선까지만 해도 양쪽에 수백,수천억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해야만 했고, 잘 나가는 검사들의 명절떡값까지 챙길 정도였다. 구조본 시절, 삼성 대관(對官)요원의 정보력은 내용과 질에서 국정원 정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취미와 관심으로 삼성은 오래전부터 승마협회를 지원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최순실씨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당시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최씨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대통령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최선생님! 무슨 일이세요?”라고 콜백을 해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삼성은 한국의 여론, 언론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병철 회장 시절, 중앙일보나 TBC와 같은 굴지의 언론매체를 만들었고,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에서 나오는 광고. 홍보비는 언론의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2007년 삼성 법무실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본격화 된 삼성의 사법리스크,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과정에서 지출된 삼성의 제품광고가 아닌 언론무마성 홍보비는 수조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오늘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놓고 벌어지는 여론시장,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렇게 뿌린 돈이 독(毒)으로 변해 오히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옥죄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등 문제가 된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은 대형 로펌, 굴지의 회계법인의 법률검토와 자문을 받아 이루어진 일이다.

그 결과 에버랜드 사건은 대법원의 무죄를 받았고, 이재용 일가가 많이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바이로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불렸다는 좌파 시민단체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 또한 무리였음이 고공행진을 거듭하하고있는 이 회사의 주가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감옥행을 피하기 위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승계과정에서 불법을 인정 했고, 4세승계를 포기를 통한 삼성의 공기업화, 국유화까지 선언하고 말았다.

이와관련, 삼성 구조본 고위 임원 출신 인사는 “반재벌정서나 검사들의 공명심에 편승한 정권, 권력의 새디즘(Sadism)적인 삼성다루기와 동시에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마조히즘(Masochism) 같은 자기학대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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